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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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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성공 사례 | 아름다운 가게·동천모자 등, 공신력 바탕으로 지역 사회 도우며 수익도 늘려

▲ 아름다운 가게 매장.


사회적 기업도 대기업처럼 홍보 CF를 찍는다. 유명 브랜드에 물건을 납품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연봉 1억원의 CEO를 배출하기도 한다. 취약 계층을 고용하고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에 손 벌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간단하게 뛰어넘은 사회적 기업들은 생각 외로 많다. 

아름다운 가게는 2002년, 한 개의 매장에서 출발했다. 이때 지역 사회에 기증한 나눔 수익은 단돈 3만원이었다. 불과 6년 만에 나눔 수익은 1만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한 해 아름다운 가게는 26억원의 현금을 지역 사회로 환원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1호로 인증받기 전부터 상당히 알려진 상태였다. 인증 받은 이후에는 정부의 지원과 홍보 효과가 더해져 성장 속도가 좀 더 가팔라졌다.

현재 전국에서는 총 1백4개(2009년 9월 기준)의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업계 1위 브랜드인 아웃백과 맞먹는 매장 수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장에서 거두어들인 수익금은 1백13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액이 63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1백20억원도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가게가 이처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한 덕이다. 2008년 7월, 아름다운 가게는 독립 법인으로 재출범했다. 더 많은 수익금을 거두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아름다운 재단 사업체로 운영되어왔다. 아름다운 가게 이혜옥 상임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이사진을 기업 CEO들로 교체했다. 물품을 기증받는 것에 치중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전문적인 마케팅을 통해 판매액을 늘려나가는 공격적인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의도에서였다.

사업도 벌였다. 기존에 진행하던 벼룩시장과 해외 지원 사업 이외에 착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대안 무역 커피 사업’과 버려지는 재료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에코파티 메아리’를 지난해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여기서 얻는 수익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가게가 주목받는 이유는 매출액 규모가 크고 나눔 수익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가게 홍보팀 김광민 간사는 “아름다운 가게는 정부 보조나 후원자들의 정기적인 지원에 기대어 운영하는 단체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지만 충분히 자생력을 갖추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상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해보이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NGO(비정부 기구)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지원 사업들을 늘려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제품 만들어 팔지 않고도 이익 창출 가능

아름다운 가게가 물건을 기증받아 운영되는 반면, 직접 물건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동천모자이다. 동천모자를 설립한 성선경 대표는 자타가 공인한 사회적 기업가이다. 사회적 기업가란 사회적 가치와 임무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적 접근 방식과 프로그램으로 사회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성대표는 발달 장애인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눈여겨보고 이들을 고용해 동천모자를 설립했다. 고용 인원 85명 가운데 43명이 장애인이다. 2007년 7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매년 1억7천만원 정도 지원을 받고 있다.

동천모자가 한 달간 만들어내는 모자 숫자는 5만개가량이다. EXR, 아이다스 등 15개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동천모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사실을 납품업체에 알리지 않는다. 동천모자 김서연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만든 상품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반인들이 만든 상품과 경쟁해도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 지난해 초부터 손익 분기점도 넘어서며 자생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천모자가 지난 한 해 올린 매출액은 17억원 정도. 매년 10% 정도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제품을 만들고 팔지 않아도 수익 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화예술 분야 첫 번째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리단은 다양한 계층들이 놀면서 일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시켜 탄생한 조직이다. 노리단은 공연과 교육, 공공디자인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두어 ‘수익을 창출하는 창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핑팽퐁’을 비롯해 소리 놀이터 건립, 친환경 어린이놀이터 리모델링 사업들이 수익 창출의 원동력이다. 폐타이어와 파이프 등 산업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그 비법을 교육을 통해 전수해주기도 한다. 지역의 문화상품 콘텐츠를 활용하더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전주에 위치한 전통문화사랑모임은 지역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끌어모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술 박물관’을 통해 농촌 가양주 제조 기법을 가르쳐주고 보급 사업을 병행한다든지, 한옥 생활 체험관을 운영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해내고 있다. 

다솜이재단은 대기업이 한시적으로 진행하던 사회 공헌 활동 프로그램에 하나의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특이한 사례이다. 다솜이재단은 교보생명과 실업극복국민재단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교보다솜이간병봉사단이 모태이다. 2003년, 프로그램을 시작할 당시 간병인 수는 20명에 불과했다. 매년 증가해 2007년 8월, 다솜이재단을 만들어 독립할 때에는 2백20여 명으로 늘어났다.

다솜이재단 박정희 사무국장은 “세 달 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고 나서 달라진 점은 공신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건비 지원으로 얻게 된 물질적 혜택보다 국가가 인증해준 단체라는 사실이 주는 홍보 효과가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성과 지표를 분석한 결과 영리 기업으로 나아가기에는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솜이재단은 올해부터 시설 사업을 시작하고, 신규 개발에 과감히 재투자하는 등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회적 기업의 모습을 하나씩 완성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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