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공들인 ‘무궁화 동산’에 ‘행복을 만드는 집’도 활짝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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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 하청 생산과 경영 지원으로 지속 가능한 장애인 기업 키워내

▲ ‘희망의 공부방’ 아이들과 선생님.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 등장한, 무궁화전자라는 장애인 근로자가 일하는 회사는 사회적 기업이 맡고 있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94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가 장애인 일자리 만들어주기 사업의 하나로 2백34억원을 투자해서 삼성전자 수원공장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장애인 작업장을 갖춘 회사로 설립되었다. 이 작업장의 운영 주체는 사회복지법인 무궁화동산이다. 삼성전자는 설립 자금을 내서 공장을 세워주고 하청 생산과 경영 지원 등을 통해 무궁화전자가 장애인 기업으로서 홀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무궁화전자의 공장은 장애인 작업장답게 세심하게 장애인을 위해 배려되었다. 이를테면 무궁화전자의 모든 문은 여닫이 문이 아닌 미닫이 문이다. 2000년대에 리모델링을 한 일부 대학병원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동 미닫이 현관문을 무거운 여닫이 문으로 바꿔놓아 병원을 드나드는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는 병원 문도 드나들지 못하게 만든 것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이건희 전 회장이 설계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해 장애인의 불편 사항을 감안해 수정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 설립에 들어간 시기도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수조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기 전으로 한 해 1천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던 시절이어서 2백34억원의 지원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설립 이후 10여 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무궁화전자는 2003년부터 흑자로 반전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동경 사장이 경영에 투입되면서 소폭이지만 흑자를 내기 시작하는 등 명실상부하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의 면보를 갖추게 되었다. 김동경 사장은 무궁화전자의 1백80여 명의 직원 중 1~3급의 중증 장애인이 60% 이상라는 점을 감안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불량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장애인들의 집중력이 남다르다는 강점을 이용해 속도는 떨어지더라도 작업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무궁화전자, 독자 상표의 가전 제품 생산 기업으로 변신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무선 핸디 청소기와 근적외선 히터, 스팀청소기, TV용 부품 등이다. 대부분은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무궁화전자 이름으로 할인점 등에서 팔리는 물량은 전체 생산 물량의 30% 정도가 된다. 2006년까지는 삼성전자의 하청 생산만 전담하다가 생활 가전제품을 자기 이름으로 직접 파는 회사로 변신한 것이다. 지난해 무궁화전자의 매출 규모는 1백38억원, 순이익은 1억7천5백만원을 기록했다.  

한편, 무궁화전자의 운영 주체인 무궁화동산은 지난해 10월에는 지적 장애인을 위한 공동 작업장인 ‘행복을 만드는 집’을 여는 등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지적 장애인은 육체적 장애인보다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더 곤란을 겪는다. 이에 수원시에서 무궁화동산과 수탁 계약을 맺고 지적 장애인의 취업을 넓히기 위해 공동 작업장을 만든 것이다. 행복을 만드는 집에서는 휴대전화용 충전기 케이스를 조립한다. 장애인 직원 9명에서 출발한 행복을 만드는 집은 지난 5월 4명을 더 충원하는 등 지적 장애인의 행복한 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희망의 공부방’ 앞세우고 ‘작은 나눔 큰 사랑’ 실천

삼성그룹의 취약 계층 지원이나 문화예술계 지원 등 사회 공헌 활동은 그룹 규모에 걸맞게 국내 최대 규모로 가장 많은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시행하고 있는 사회 공헌 사업 중 ‘희망의 공부방’ 사례는 대표적인 취약 계층 지원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취약 계층의 자녀는 부모의 실업과 이혼 등에 따라 가장 큰 희생자로 등장했다. 이런 위기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전국에 2백44개의 공부방을 열고 6천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삼성은 (사)함께만드는세상과 함께 2004년부터 ‘희망의 공부방’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까지 1백30여 억원을 들여 아동용 학습 기자재 지원과 시설 개·보수 작업을 펼쳤다. 아동 보호 환경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시설 개선 지원(2004년)부터 시작해 아동과 교사를 위한 상해보험 개발과 지원(2005년),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매뉴얼 보급(2006년) 등 ‘안전망 확보’로 이어졌고 2006년부터는 공부방 연합회 역량 개발을 위한 연합 활동 지원(2006년)과 방임 아동의 보호를 위한 야간 보호(2007년) 등 ‘보호 능력 강화’ 사업이 더해졌다.

삼성이 시설 개선 작업부터 나선 것은 각 지역의 공부방 시설이 워낙 열악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난방이나 통풍 시설, 비상 재해시 대피로·조리실·화장실 등 시설 개·보수와 컴퓨터·도서·악기 등 하드웨어 분야 개선에 집중적으로 지원된 금액만 57억원에 달했다.

특기할 만한 사업으로 지난해에 시작된 ‘가족 경제’ 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지역 아동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부모의 창업을 지원해 취약 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야간 보호 활동과 더불어 가난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취약 계층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야간 보호 활동은 대부분의 공부방이 오후 6시까지만 아동을 돌보고 있어서 맞벌이나 한 부모 가정 아동들이 사실상 저녁 시간대에 방치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서 삼성은 야간 시간대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경비를 지원했다.

삼성그룹의 사회 공헌 활동에서 복지 분야의 중심 축은 삼성복지재단이다. 삼성복지재단이 직접 시행하고 있는 사업 중 ‘작은 나눔 큰 사랑’ 운동도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각 지역의 복지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발달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의 우울증 예방을 위한 양육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노원1종합사회복지관), 미취업 성인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가락종합사회복지관), 탈성매매 여성을 건강한 삶의 주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자기치유 프로그램(막달레나의집), 농촌 지역 장애인,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랑타래’ 이동복지관 사업(제천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지난해에만 해도 44개 기관에서 마련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이 1991년부터 꾸준히 시행해오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18년 동안 3백65억원이 지원되었고, 기업과 전문 재단과의 협력을 통한 민간 지원 사업의 한 모형으로서 사회복지 현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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