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과 내용 겉도는 서바이벌 게임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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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담으려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 놓쳐…빠르고 감각적인 화면은 강점

▲ 게이머 (Gamer) 감독 | 마크 네벨다인·브라이언 타일러 / 주연 | 제라드 버틀러, 마이클 C. 홀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들이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이들이 벌이는 사투는 TV를 통해 여과 없이 중계되고 시청자는 승패가 곧 생사로 갈리는 잔혹극에 열광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생지옥을 살아서 나가야만 하는 주인공은 연전 연승을 거두며 탈출을 눈앞에 두지만, 이 모든 게임의 주재자는 이를 두고 보지 않는다.

영화 <게이머>는 이전에 한 번쯤 보았음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데스레이스>도 <게이머>와 흡사한 설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FPS(1인칭 슈팅게임)를 도입했다는 점이 새롭다. 게임 장면에서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1인칭 시점 촬영 장면과 부가 정보가 담겨 있는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전환되는 감각적인 화면은 <게이머>의 최대 장점이다. <아드레날린24> 1, 2편으로 액션영화 마니아들에게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마크 네벨다인·브라이언 타일러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신선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다수에게 환영받지는 못하더라도 게임에 익숙하거나, 속도감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화면 전개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에게는 호소력을 가질 요소가 충분하다.

<게이머>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정체성을 잃어버린 미래인, 글로벌 기업의 음모론,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는 반(反)영웅의 등장 같은 걸작 공상과학영화(SF)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게이머>를 <매트릭스> <블레이드러너>의 반열에 올릴 수는 없다. <게이머>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잘 버무려내기에는 네벨다인·타일러 감독의 내공이 부족한 탓이다. 이들은 액션 연출에 뛰어나지만 이야기 구성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아드레날린24>가 마니아층을 매료시킨 것은 단선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휘몰아치며 내용이 과감하게 점프하더라도 관객이 흐름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가, 영상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매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게이머>는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액션과 이야기가 따로 논다. 그래도 미드(미국 드라마)팬에게는 위안거리가 있다.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덱스터> 마이클 C. 홀, <클로저> 카이라 세드윅, <히어로즈> 마일로 벤티밀리아를 만날 수 있다. 10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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