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일밤>의 몰락
  • 하재근 | 문화평론가 ()
  • 승인 2009.09.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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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일요일 밤 간판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3%대 그쳐

▲ 의 멤버들. ⓒMBC 제공


전통의 버라이어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오빠밴드> 시청률은 3.7%, <노다지>는 2.6%. 황금 시간대라는 일요일 밤에 거둔 성적표이다. 어떻게 일요일 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3%대 시청률에 그칠 수 있다는 말인가? 최근 케이블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가 6%를 돌파하고, 별 내용도 없는 케이블 다큐 <2NE1 TV>가 3%를 돌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일요일 밤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3%대라니. ‘경악’ 이외에는 달리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가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참담한 상황이 되자 오랜만에 <일밤>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황당하게 낮은 시청률 때문에 그나마 관심을 받게 된 비참한 <일밤>이다. <일밤>의 기록적인 추락은 MBC의 일요일 몰락을 견인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면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면 드라마, 일요일에만 걸치면 시청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마법에 빠지는데, 이런 몰락에는 간판 프로그램의 추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MBC로서는 <일밤>의 재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밤>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추락하는 것일까? 일단 기본적으로 꼽을 수 있는 원인은 경쟁작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남에게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밤> 자체의 문제도 있다.

<오빠밴드>는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났다. 계속해서 밀리던 <일밤>은 탁재훈, 신정환, 김용만, 김구라 등 당대의 유명 MC들을 모아 리얼버라이어티 형식인 <대망>을 탄생시켰었다. 하지만 <대망>은 과도한 실험 정신과 지나친 부산스러움으로 시청자에게 버림받았다. 그 다음에는 그 멤버들을 데리고 스튜디오로 가 <퀴즈프린스>를 탄생시켰다. 이번에는 과도한 실험 정신이 아니라, 지나친 진부함이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화제성에 집착했는지 초반부에 집권 여당 인사를 초청한 것도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다. 그 다음에 태어난 것이 <오빠밴드>이다. <오빠밴드>는 <대망>과 <퀴즈프린스> 멤버 중에서 신동엽, 탁재훈, 김구라를 주축으로 하고 거기에 예능 새 얼굴인 유영석, 김정모, 성민 등을 가세시켜 만든 포맷이다. 이렇게 새 얼굴들을 가세시킨 것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경쟁작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는 기존의 유명 MC와 새 얼굴들이 조화를 이루어 성공했다. 반면에 <일밤>은 지나치게 유명 예능인들의 드림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드림팀은 지겨운 느낌만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오빠밴드>에서 예능 아마추어와 유명 MC들을 섞자 비로소 새 기운이 느껴졌다.

기존에 실험적이고 부산스러웠던 <대망>에 비해 <오빠밴드>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MC들이 부담스럽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집중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했다. 또, 모든 멤버들이 서로에게 까칠했던 <대망>에 비해, <오빠밴드>는 팀으로서 인간적인 느낌을 줘 시청자의 호감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아저씨의 학창 시절 로망 내세운 <오빠밴드>, 뒷심 부족해 도약 실패

최근 주말 리얼버라이어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아저씨’이다. <오빠밴드>는 아저씨의 학창 시절 로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에 기타 하나 들고 밴드를 꿈꿨던 30~40대의 로망을 핵심 소재로 한 것이다. 아저씨들이 온갖 어려움을 돌파하며 밴드를 성장시켜나간다는 테마는 성공적이었다. 마침내 <오빠밴드>는 가능성을 보였고, <일밤>은 <오빠밴드> 스페셜까지 마련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빠밴드>는 뒷심이 부족했다. 관심은 얻었지만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강렬한 임팩트가 없다는 데 있다. 밴드로서의 열정, 버라이어티의 재미, 어느 쪽으로나 20% 부족하다. 매주 적당히 이벤트 공연이나 때우는 느낌이다. 

리얼버라이어티 포맷의 <노다지>도 기대를 모았지만 2%대 시청률로 재난을 당하고 있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없는 가운데 출연자들의 의욕만 넘쳤는지, 최근에는 열성적으로 게임에 임하다가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 때문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람으로 치면 약간 조증의 징후가 보인다고 할까? 그 넘치는 에너지에서 <일밤>의 다급한 처지가 느껴져 안쓰럽기도 했다. 지금처럼 가면 <일밤>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오빠밴드>에는 좀 더 강렬한 열정이 필요하고, <노다지>에는 신선한 새 얼굴과 차분한 캐릭터 형성, 그리고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적 구성이 필요하다.  


달라진 ‘오빠’들, 어깨가 무겁다

<오빠밴드>는 두 사람의 이미지를 역전시켰다. 웃음 잃은 신동엽과 천진난만 아동탁 탁재훈이다. 언제나 자신에 찬 모습이었던 신동엽은 웃음을 잃었다. 묵묵히 베이스에 몰두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오빠밴드>의 도전을 더욱 리얼하게 느끼도록 하며, 너무 똑똑해서 얄미웠던 이미지를 뭔가 인간적이고 정이 가는 이미지로 역전시켰다.

탁재훈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오빠밴드>에서 신기의 재롱잔치를 선보이는 아동탁 이미지로 위상을 회복했다. 김정모가 울 때 함께 울며 인간미를 보이기도 했다.

매니저인 김구라는 하는 일이 없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빠밴드>에서 사실상 진행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엽과 탁재훈이라는 두 유명 MC가 베이스와 재롱잔치에 몰두할 때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김정모와 성민은 신선하고 상큼하다. 김정모는 별것도 아닌 일로 울면서 순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이상한 조합의 밴드 도전기는 아주 짜릿하지는 않지만, 흐뭇하게 볼 수 있다. ‘오빠’들의 분투가 <일밤>을 다시 살려낼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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