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장수 비결은 잘 먹기·움직이기·사람들 자주 만나기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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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상 노인은 소식보다 영양 섭취 중시해야


장수는 집짓기와 같다고 한다. 집은 기초, 기둥, 지붕으로 되어 있다. 기초는 유전자, 성(性), 성격, 생태 환경, 생활 문화 등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 요인이다. 지붕은 사회보장, 의료 혜택이다. 이것은 사회 또는 국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기둥은 운동, 영양, 관계, 참여 등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네기둥 중에 두 기둥이 부실하면 장수와 멀어진다. 한두 개의 기둥으로 지붕을 떠받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문가들은 장수하기 위해서는 네 기둥 중에서 한 가지가 부실하면 나머지 세 기둥이라도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동 경북 예천에 사는 99세 권점녀 할머니는 마당에 펼쳐진 밭에서 콩, 토란, 고추 등 각종 작물을 재배한다. 소일 삼아 하는 일이 노인에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지역 복지사는 집 안에서는 작물을 키우지 않도록 권장한다. 노인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외출을 유도하기 위해 집안에 있는 작물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운동에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등산을 좋아한다면 숲 해설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서 동년배 사람들을 사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일상생활의 환경과 행동이다. 전문가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라”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당수의 장수인이 거주하는 지역은 평야 지대보다 중간 높이의 산간 지대이다. 언덕에 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때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다.

노동도 운동이다. 다만, 노동은 의무이고 틀에 짜여 있는, 제한된 조건에서 하는 운동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운동이지만동일한 신체 부위만 사용하므로 자칫 몸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해야 신체에 무리가 없다.

현대인은 운동을 몰아서 한다. 이것은 건강은 물론 장수에도 효과가 없다. 전문가들은 매주 3회 이상, 매번 30~60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라고 권장한다. 매주 10%씩 운동 시간을 늘리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노인이 젊은 사람처럼 격한 운동을 할 수는 없다. 운동 강도는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의 60% 내외가 좋다. 강은경 서울시북부노인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은 “단순하게 계산할 때, 220에서 나이를 빼면 자신의 최대 심박동수가 된다. 최대 심박동수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심박동수 수준이 노인의 적절한 운동 강도이다”라고 조언했다.

영양 소식과 장수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식도 나이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젊은 시기에는 소식이 좋지만, 70세 이상 노인은 오히려 잘 먹어야 한다.

노화가 초래하는 근육 손실, 골격 손실 등의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충분하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수이다. 소식에 따른 골밀도 감소 부작용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100세인의 식이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들의 식습관은 결코 소식이 아니라 적절한 영양 섭취였다. 단, 포식은 금물이다.

이광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균형 잡힌 식단이 적게 먹는 것보다 장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섭취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1 대 2인 초파리는 평균 수명이 26일에 불과했으나 1 대 4인 초파리는 36일, 1 대 16인 초파리는 평균 57일에 달했다. 초파리의 평균 수명은 35〜40일이다.

지금까지 생물학계에서 잘 알려진 ‘장수의 가장 큰 비결은 소식’이라는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이교수는 “과거 장수 비결은 총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균형 잡힌 음식물 섭취가 건강한 노화에 중요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초파리 암컷에게 단백질을 적게 먹이고 탄수화물을 늘리자 수명이 연장되었다. 그러나 생식력에는 문제가 생겨서 새끼를 적게 낳는다.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장수에 도움이 된다. 섭취량이 과하면 수명과 생식력 모두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관계 장수인은 부부 관계, 가족 관계, 이웃 관계, 친구 관계를 유지한다. 국내 100세인의 생활을 관찰한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장수 노인이 며느리와 산다. 이것을 단순하게 한국적인 가족 관계 또는 정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세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장수 비결의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한 사실이다.

국내 장수 전문가가 세계 학회에서 한국 특유의 가족 관계가 100세 장수의 한 요인이라고 발표하자 세계 학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성실하고,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 도쿄종합노화연구소가 도쿄에 사는 100세 이상 장수인 70명과 60~84세 노인 1천8백12명을 조사한 결과이다. 야스유키 돈도 박사는 “성실한 사람이 더 오래사는 이유는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등 자기 조절 능력이 있으며 의사의 충고도 잘 따르기 때문이다. 외향적일수록 스트레스 제공자의 위협을 실제보다 약하게 평가함으로써 스트레스의 충격을 줄인다. 개방적 성격은 남녀 모두에게 장수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측정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아지면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면 불행하고 외롭다. 이것은 자칫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동현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과장은 “우울증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된다.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노인과 가족 간 각별한 관심이 중요하다”라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여 전라도 광주에 사는 한 85세 노인의 건강 비결은 운동 외에 지역 사회 참여이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6km를 걸어서 다닌다. 지난 20년 동안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몇 년 전 위암 수술까지 받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다.

‘기능적 장수’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장수가 아니라 사회적 활동이 가미된 장수를 의미한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건, 마을회관에서식사 당번을 하건 일을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한자교실, 동화구연교실, 서예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골프장 조경 관리사로 일하는 것 등도 추천할 만한 사회적 참여 방법이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은 “장수 비결로 하자(行之), 주자(與之), 배우자(習之)를 강조한다. 항상 무엇이든 하고, 주고, 배우려면 사회 속에 참여하고 있어야 한다. 고혈압·당뇨는 노인병이 아니라 생활 습관병이다. 늙었다는 이유로 위 세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 노인병이다”라며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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