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대체연료로 채운 ‘녹색 첨단’이 구른다IT와 대체연료로 채운 ‘녹색 첨단’이 구른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6: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상용화 앞둔 자동차 신기술, 어떤 것이 있나



자동차는 첨단 기술의 복합체이다.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성직자 페르디당드 베르비스트가 0.6m 크기 증기 자동차를 최초로 개발한 17세기 당시 최첨단 기술은 증기 엔진이었다. 자동차의 진화는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발달 속도와 연동된다. 갖가지 첨단 기술은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상용화했다. 21세기에는 정보기술(IT) 성과물까지 자동차에 잇따라 탑재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2년마다 발표되는 자동차 신제품에는 어김없이 혁신 기술이 적용되어 자동차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바꾼다.

자동차 기술이 추구하는 목표는 세 가지이다. 엔진 효율, 안전, 편의성이 그것이다.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태양열, 전기, 수소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 엔진을 서둘러 개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차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대체 연료 엔진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일찌감치 수소연료전지 차량 시보레 씨퀄(Sequel)을 개발해 시험 운영하고 있다. 이 차량은 수소를 한 번 주입하고 4백83km를 주행한다. 출발하고 10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릴 정도로 기동성도 뛰어나다.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다 보니 수증기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시가 2백50억원이나 되는 씨퀄을 시승해보니 힘은 떨어졌으나 도심 주행에 필요한 가속력이나 운전 편이성은 탁월했다.

릭 왜고너 전 GM 회장은 2000년 초 수소전지 차량을 100만대 이상 대량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내연기관’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왔다. 아쉽게도 왜고너 회장의 꿈

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 힘들어 보인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버른트 폰 회장은 “내연기관은 21세기에도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소전지나 태양열 연료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자동차에 탑재될 수소 저장 탱크가 아직 기술적으로 불안하다 보니 상용화하기에는 생산 원가가 너무 높아 경쟁력을 갖춘 완성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수소 충전소가 지금 주유소만큼 도로 곳곳에 자리해야 한다. 이 네트워크를 갖출 자본과 경험을 갖춘 주유업체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영업 기반을 스스로 허물 리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6월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지역에 미국에서 두 번째 수소 충전소가 개장했을 정도로 더디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혼다는 수소전지와 가솔린 엔진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해 자동차 엔진 효율을 크게 높였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본 업체다운 접근 방식이다.

전기자동차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은 2010년 전기자동차 리프(LEAF)를 대량 양산한다. 닛산은 리프를 연간 5만대 생산해 미국·일본·유럽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2010년 말 전기자동차 볼트를 상용화한다. 볼트는 가정집 전기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한 번 충전하면 64km까지 주행한다. 전기가 바닥나면 가솔린 발전기를 가동해 수백 km를 연장 주행할 수 있다. 한국에는 2011년에 10대를 들여와 시장성을 타진한다. 거의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 2015년쯤 출퇴근용 소형차 시장은 전기자동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차량에 탑재된 레이더와 카메라가 사전에 위험 막아

대체 연료나 전지 기술이 엔진 효율을 높인다면 센서나 인공지능 같은 전자 기술은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컴퓨터 칩, 안테나, 위성항법장치(GPS)가 통합된 차량 정보 기술은 차량 전후좌우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장애물에 충돌할 것 같으면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춘다.

GM이 개발한 V2V 기술은 차량이 주변 차량과 스스로 소통해 추돌 내지는 충돌 가능성이 있으면 변속하거나 전자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량에 탑재된 레이더와 카메라가 위험 요소를 감지해 차량 스스로 이에 대처하는 ‘능동적 안전 시스템(Active Safety System)’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스웨덴 자동차업체 볼보는 블리스(BLIS)라는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이드미러 아래 카메라가 부착되어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있으면 사이드미러 옆 램프에 불이 켜진다. 운전자가 졸다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옆 차선으로 끼어들면 경고음을 낸다.

생체정보 인지 시스템은 운전자 목소리만으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 자동차 열쇠가 필요 없고 자동차 도난 사고도 줄어든다. 생활, 문화, 도로 정보는 무선 인터넷(WiFi)에 연결된 텔레매틱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운로드된다. 안개가 많이 낀 탓에 신호 표지판이나 인도 표지선이 보이지 않으면 자동차 앞 유리에 형광색 선이 나타난다. GM이 노인 운전자를 위해 개발한 시력 강화 시스템(EVS)이다. 붉은 형광색이 표지판이나 옆 차선을 뚜렷하게 보이게 해 야간 주행이나 악천후 운전의 안전성을 높인다. 인공지능 시스템에 맞추어 안전 벨트는 어린이 탑승자 연령이나 신체 크기에 맞게 조정된다. 추돌 내지 충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차량 내부 곳곳에서 커튼식으로 에어백이 터져 사방에서 탑승자를 보호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자동차 관련 기술은 2015년 상용화 단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엔진, 수소전지, 능동 안전 시스템(ASS), 시력 강화 시스템(EVS), 생체정보 인지 기능은 2015년 자동차에는 적용될 것이다. 자동차라는 개념은 이제 운송 수단에 그치지 않고 첨단 정보 시스템 기기로 확장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