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대륙에 ‘한국 혼’ 퍼뜨린다
  • 이해영 | 칭다오 해양대학교 세종학당장 ()
  • 승인 2009.09.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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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업무 협정 맺고 중국 해양대학교에 설립…한국어 교육으로 출발, 한국학 연구의 중심 역할 기대

▲ 중국 선양의 주말 한글 학교인 마리세종학당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어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12월16일 중국 칭다오 지역에 세종학당이 들어섰다. 정식 명칭은 ‘중국 해양대학교 한국연구센터 세종학당’이다. 중국 국가교육부의 허가와 대학 당국의 비준을 거쳐 해양대학교와 국립국어원과의 업무 협정에 따라 설립되었다. 세종학당은 본교 한국연구센터 산하에 두어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의 이해’를 병행했다. 향후 한국학의 연구와 기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세종학당의 학사 일정은 기본적으로 중국 해양대학교 학사 일정에 따라 1년에 두 학기를 운영한다. 세종학당은 한국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습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격하고도 세부적인 학사 규정을 만들어 수강생들에게 적용·관리하고 있다. 또, 현지의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하나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세종학당의 수강생들은 중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학생·직원·주부·노동자·교직원·공무원·회사원 등)에 속해 있지만,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집단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현지 비정규 교육 기관과 차별화한 프로그램 병행하는 것이 숙제

칭다오의 세종학당은 수많은 비정규 한국어 교육 기관들이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특히 한국어 교육을 받고자 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세종학당이 갖는 개방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것은 정규 교육 기관, 즉 대학에서의 한국어과가 중국의 각 사회 구성원들의 한국어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던 것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또, 비정규 교육 기관이 안고 있는 고질병인 전문 교사와 교육 과정의 문제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게 남겼다. 지역 비정규 교육 기관과의 마찰이 첫 번째 과제이다. 해양대학교 세종학당 설립 당시 많은 비정규 교육 기관이 반발했다. 수강생을 빼앗길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일례로 세종학당이 있는 해양대학교 내에 국제교육학원이라는 대학 내 비정규 교육 기관이 한국어 전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종학당 설립 당시 해당 학원 원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것은 향후 세종학당과 현지 비정규 교육 기관이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단순히 세종학당의 비영리성만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서는 곤란하다는 얘기이다.

세종학당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과 함께 한국 문화의 이해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한국어 수업과 함께 다양한 문화 소개, 체험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종학당은 그동안 다양한 한국 문화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한복 입고 사진 찍기, 김치 만들기, 김밥 말기 등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도 한국 문화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수업을 많이 개발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으로 ‘산둥성 대학생 한국어 노래 자랑’이라는 행사를 주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표준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모든 세종학당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교육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적이고 검증된 교사를 선발해서 파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종학당은 단순히 한국어 교육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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