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반란’성공이냐 , ‘노무현 정서’ 결집이냐
  • 송진영 ㅣ 국제신문 기자 ()
  • 승인 2009.09.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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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 / 현직 시장·도지사, 저마다 “수성” 의지…변수 많아 “무난하지 않을 듯” 전망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주류 정치 세력인 한나라당 소속 현역 시장 및 도지사가 모두 3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 중진 국회의원과 일부 기초자치단체장, 정·관계 전·현직 인사 등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어 한나라당 공천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다. 특히 지역 정치권이 ‘차기’ 걱정 없는 3선 단체장의 출현에 다소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 민심을 바탕으로 전열을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후진성을 보였던 예전과는 다른 ‘본선’도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여당 대표 출신과 친노 후보가 맞붙는 10월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다소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 친노 후보를 내세우고, 울산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나서는 범민주 단일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친노’ 문재인 출마 여부가 선거 판도 흔든다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내 ‘친이계’-‘친박계’ 간 경쟁 등 경선 구도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민심 등 일련의 정치적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밖에도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후 허남식 현 시장의 지난 6년에 대한 공과를 놓고 선거전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시장은 아킬레스건인 동부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 표류와 정치력을 걸고 도전했던 2020 하계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끝나면서 지역 현안에 성과가 없다는 부정적 평가와 함께, 정치적으로 ‘무모한 도전’ 없이 정책으로 승부를 걸며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에서는 차기 시장이 정치와 행정의 경계에서 두 개념을 적절히 융합한 형태의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나라당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허시장과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 갑, 3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허시장은 정치 이외의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공천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당심과 민심을 절반씩 반영하는 경선 규칙과 ‘친이’-‘친박’ 경쟁 구도가 유지될 경우 현역 시장의 프리미엄인 높은 인지도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또, 행정가 출신으로 계파색이 옅은 ‘중립 카드’라는 점에서 양 계파의 합의 추대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조심스레 갖고 있는 분위기이다. 허시장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양 계파가 각기 후보를 낼 경우 허시장은 독자 세력으로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서의원이 허시장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지 오래다. 서의원은 현재까지 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어떠한 의사 표시도 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마 의사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행정 경험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중앙 정치 경험을 쌓은 서의원은 친박계 의원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의 친박계가 서의원과 김무성(남구 을)·허태열(북·강서 을) 의원으로 3분되는 양상을 보이는 부분이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이계에서는 정의화(중·동, 4선)·안경률(해운대·기장 을, 3선) 의원이 본인들의 거듭된 부인에도 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가 영남권 최대 ‘지분’인 부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제3의 후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친노 진영 포함)에서는 조경태 부산시당 위원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노재철 전 사학연금공단 감사가 거론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고인의 영원한 동지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야권을 넘어 차기 시장 선거 판도에 변수가 될 듯하다. 진보신당에서는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이 3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민주노동당에서는 민병렬 부산시당 위원장이 일찌감치 시장 후보로 추천을 받아둔 상태이다. 이밖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두 번 출마한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도 야권 후보군에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여권 영입설마저 나돌고 있다.

각 기초단체장 역시 한나라당은 두터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으나 야권은 후보군은커녕 후보조차 거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민주당은 인물 없어 고민…민노당·진보신당 연합 후보에 관심


울산은 PK 지역 중 차기 시장 선거 판도가 다소 ‘심심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박맹우 울산시장 외에 현재 경쟁자로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하지만 박시장이 친박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울산 정가를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와의 관계 정립이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가운데 정갑윤 의원(중구, 3선)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모두 친이계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정의원도 차기 시장 선거 유력 후보군에 줄곧 거론되고 있으며, 출마 의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이계에서는 최병국 의원(남구 갑, 3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의원이 차기 시장에 도전할 경우 여권 주류(친이계)의 지원을 받는 최의원과 현역 프리미엄을 업은 박시장의 한판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밖에 강길부 의원(울주, 재선)과 이채익 전 남구청장도 여당측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4·29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연합 후보로 누가 나설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재선거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에게 ‘양보’한 민노당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신당에서는 노옥희 울산시당 위원장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한나라당에 후보들 대거 몰려…민주당, 김해 중심으로 ‘노풍’ 기대

경남 역시 부산·울산 지역과 마찬가지로 현역인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차기 도지사 선거 판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김지사가 친박계 성향이라는 점에 비추어 친이계가 대부분인 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지가 변수로 꼽힌다. 김지사의 차기 대권 도전설이 당내에 나돌고 있는 만큼 친박계가 김지사를 과연 전폭적으로 지지할지 여부도 관심사이다. 하지만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완수 창원시장 등이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고, 황철곤 마산시장과 남해군수 출신의 하영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이 한나라당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부산·울산과 달리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3선의 권경석(창원 갑)·김학송(진해)·이주영(마산 갑)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일단 후보군에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하영제 차관은 지난해 총선 출마를 명분으로 남해군수를 사퇴하고 중앙 부처로 자리를 옮긴 만큼 지역 밀착도에서  김지사 등 후보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이다. 하지만 친이계 원로 그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마한다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남 지역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하는 권경석 의원은 창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고, 계파색이 약해 친박계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친노 진영 포함)에서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야권 후보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의 출마와 함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시장 출마가 성사될 경우 민주당 등 야권에서 바라는 대로 PK 전체 선거 판도가 엄청나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강병기 진주시위원장이 거명된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친박=친박 연대,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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