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정운찬’ 문제 어우러져 예측불허 대격전 예고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9.29 1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충남·충북 / 한나라당, 세 광역단체장 수성 쉽지 않을 전망…민주·선진당, ‘재탈환’ 자신

ⓒ시사저널 자료 사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권 판세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선거 구도 자체를 바꿔놓을 초대형 변수가 벌써부터 여럿 등장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선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전 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대전·충남 지역에서 심 전 대표가 갖는 정치적 위상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평가된다. 심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지, 아니면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에 안착할지에 따라 선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충남 공주 출신인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평가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는 충청권 최대 현안인 ‘세종시 문제’가 걸려 있다. 정후보자는 ‘충청 총리’로 지역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세종시 수정’ 입장을 밝히면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상황이라 집권 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물론 정후보자를 중심으로 해서 충청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지역 개발 카드가 제시될 가능성은 남았다.

박성효-염홍철, 운명의 맞대결 성사 여부 ‘최대 관심’


전·현직 시장은 물론 장관과 국회의원 등 거물급 인사 10여 명 이상이 자천타천 예비후보로 거론될 만큼 이미 물밑 경쟁이 불붙었다. 현재로서는 박성효 현 시장과 염홍철 전 시장의 리턴 매치가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사이다.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박시장은 열린우리당 소속 현역이던 염 전 시장에 불과 2.69% 포인트 차이로 앞서 당선되었다. 선거 운동 막판에 이룬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염 전 시장이 무소속인데도 박시장보다 지지도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염 전 시장이 선진당 등 야당 후보로 나설 경우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염 전 시장의 기세가 좋아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도 예비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 전 장관은 LG경제연구원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기업통이다. 충남발전연구원장과 한남대 교수를 역임한 정장관은 충남지사 후보로도 거론된다.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 이양희 전 의원 등도 이름이 오른다.

민주당에서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공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3선을 했던 김원웅 전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선병렬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선 전 의원은 현재 대전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박범계 변호사도 출마가 거론된다.

선진당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의 출마가 점쳐진다. 대전시 행정·정무 부시장을 지낸 권선택 의원이 유력한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재선·임영호 의원도 이름이 오르고 있다. 다만, 염홍철 전 시장이 선진당에 입당할 경우 후보 구도가 복잡해진다. 일부 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김창근 대전시당 위원장, 진보신당에서는 선창규 대전시당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 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 소속인 현 구청장과 민주당·선진당 등 야당 후보 간 대결 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다섯 곳 모두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2008년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여섯 개 지역구 중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선진당이 다섯 곳, 민주당이 한 곳에서 승리하면서 달라진 지역 민심이 표출되었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이완구 지사, 여전한 인기 과시…‘심대평 탈당·세종시 민심’이 관건


이완구 지사의 현역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여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좋지 않은데도 이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에 앞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세종시와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 줄곧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이지사에게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지역민의 이해와 계속 대립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전직 국회의원인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예비후보로 거론된다. 3선의 김학원 전 최고위원과 대전시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이름도 꾸준히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최고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신당 창당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을 지키며 당내 친노 세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고향인 논산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해왔지만 내년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지사에 이은 2위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0% 포인트 안팎으로 격차를 좁혔다. 태안 출신의 문석호 전 의원과 보령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한 오영교 동국대 총장도 예비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선진당에서는 대전시와 마찬가지로 박상돈·이명수·류근찬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들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재선의 박의원은 충남 지역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천안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충남 행정부지사 출신인 이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국민중심당의 도지사 후보에 출마한 적이 있다. 재선의 류의원은 충남도당 위원장에 이어 현재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거물급 외부 인사 영입설도 나온다. 원내 교섭 단체 구성 문제로 현역 의원의 투입이 부담스럽다는 측면에서 제기되는 방안이다. 민노당에서는 김혜영 충남도당 위원장, 진보신당에서는 이용길 부대표가 출마를 검토 중이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모두 16곳에서 치러진다. 현재 한나라당과 선진당이 각각 여섯 곳, 민주당이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세 곳은 무소속이다.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과 세종시 수정 논란이 표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정우택 지사 선두 질주… 민주 이시종·홍재형, 도전장 내밀어


한나라당 정우택 지사의 대항마가 현재로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지사가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을 따돌리며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정지사 이외에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병일 여수엑스포준비위원장, 한대수 전 청주시장 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예비후보군으로 거론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이번에도 바람을 몰고 올 경우 정지사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 총 여덟 개 선거구 가운데 여섯 곳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두 곳은 선진당과 한나라당이 나누어 가졌다.

민주당에서는 재선의 이시종 의원이 정지사의 대항마로 거론된다. 행정 관료 출신인 이의원은 충주시장을 세 차례나 지냈다. 역시 관료 출신으로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홍재형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충북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한범도 전 행정자치부 차관도 예비후보 중 한 명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가 주목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했다. 청주·충주·제천시와 단양·청원·음성군을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영동·보은·옥천군에서는 선진당, 진천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다. 괴산·증평군은 무소속이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인 청원군수와 음성군수가 재판 중인 가운데, 현역 시장·군수가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이다. 당내 공천에서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군 (한=한나라당, 민=민주당(친노 진영 포함),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무=무소속) ※순서는 정당 순·가나다 순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