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속에 숨은 과학의 비밀 | ③불국사 ] 청운교 · 백운교 올라 절대 진리를 보다
  • 이종호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문위원 ()
  • 승인 2009.10.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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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중생들이 꿈꾸었던 피안의 세계

▲ (큰 사진)불국사의 칠보교와 안영문. (작은사진) 청운교·백운교는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불국사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한다’라는 경주 토함산 서쪽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1995년에 석굴암과 함께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된 불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1 교구본사이다. 불국사(佛國寺)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불국의 사찰을 뜻하므로 흔한 이름의 절이 아니다. 최치원은 불국사가 화엄불국사(華嚴佛國寺)였다고 기록했고, 한때 화엄법류사(華嚴法流寺)라고도 불렸다. 불국사는 경덕왕 10년(서기 751년)에 김대성의 발원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나, 이보다 오래전에 창건되었다는 설도 있다. 불국사는 신라인이 그린 불국(佛國), 이상적인 피안의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불국사는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세 구역 중 넓은 구역은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불의 사바 세계(석가정토)이며 다소 작은 규모의 구역은 <무량수경>에 의한 아미타불의 극락 세계(아미타정토)이다. 무설전 뒤는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자나 부처님의 연화장 세계이다. 결국, 불국사는 세 분의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석가가 상주하는 절대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는 청운교와 백운교의 돌계단으로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다.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다리의 중간 부분에 아치형 터널이 있어 밑에 물이 흐르는 다리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지상에서 천상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강 또는 바다를 건너 하늘에 있는 불국토에 도착한다.

불국사의 가장 특징적인 조형물 중 하나인 석축(석단)의 위는 부처님의 나라인 불국이고 그 밑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범부의 세계를 뜻한다. 석단에는 대웅전을 향하는 청운교·백운교(국보 제23호)와 극락전을 향하는 연화교·칠보교(국보 제22호)라는 두 쌍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층층다리가 국보로 지정된 예는 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흔치 않아 불국사가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운교의 높이는 신라 척도로 12척(3.82m)이고, 폭은 16척(5.16m)이다. 백운교의 높이는 10척에 폭은 16척이다. 특히 백운교를 옆에서 보면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통일신라 미술의 정수 보여주는 다보탑

▲ 그랭이 공법이 사용된 석가탑.

불국사의 석축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공법이 사용되었는데 바로 고구려에서 많이 사용한 그랭이 공법이다. 그랭이 공법은 간단하게 말해 기준 돌의 형태에 맞추어 돌을 다듬어 쌓은 것이다. 우리나라 건물은 지진과 같은 충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화재에 의해 건물이 소실되는 경우는 많지만 지진 등에 의해 피해를 보았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한국에 큰 지진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지만, 한국의 건물들 대부분이 충격에 강한 것은 그랭이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치의 구조법은 석빙고의 천장 구조와 유사하지만 이중 아치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이중 아치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으므로 ‘불국사형 아치’라고도 부른다. 불국사 아치의 겉틀은 밑 부분이 넓고 위가 좁은 사다리꼴 모습인 반면에 속틀 아치 종석은 반대로 위가 넓고 밑이 좁아 역 사다리꼴이다. 보편적으로 아치는 어느 나라의 것이든 대부분 속틀의 모습을 하는데 불국사 겉틀의 경우는 반대여서 이런 구조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국사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자랑은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국보 제21호)과 다보탑(국보 제20호)이다. 다보탑은 특수형 탑을, 석가탑은 우리나라 일반형 석탑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높이도 10.4m로 같다. 두 탑을 같은 위치에 세운 이유는 ‘과거의 부처’인 다보불(多寶佛)이 ‘현재의 부처’인 석가여래가 설법할 때 옆에서 옳다고 증명한다는 <법화경>의 내용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탑으로 구현하고자 함이다.

석가탑은 울퉁불퉁하게 크고 작은 바위들을 깔고 그 위에 탑을 올렸는데 여기에서도 그랭이 공법이 사용되었다. 받침돌을 울퉁불퉁한 바위에 따라 도려내고 수평을 맞춘 것이다. 자연미가 돋보이는 부분으로 다른 나라의 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1966년 석가탑 2층 지붕돌 중앙에 있는 방형사리공 안에서 사리를 비롯한 사리 용기(‘불국사 삼층석탑 내 발견 유물’이라는 명칭으로 국보 제126호로 지정)와 각종 장엄구 등이 발견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은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로 밝혀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다.

다보탑은 온 우주의 근본 형상처럼 네모나고 둥글고 뾰족한 원형과 방형과 삼각형이다. 원형은 하늘, 방형은 땅이며 삼각에서 발달한 팔각은 인간의 상징이다. 학자들이 다보탑에 우주와 인간들이 바르게 걸어야 할 길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설명하는 이유이다. 목조 건축의 복잡한 구조를 참신한 발상을 통해 산만하지 않게 표현한 뛰어난 작품으로, 4각·8각·원을 한 탑에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점, 각 부분의 길이·너비·두께를 일정하게 통일시킨 점 등은 8세기 통일신라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 문헌
『건축과 조형물에 담긴 수학』,  이경미, sciencetimes.co.kr, 2005.1.27
『석불사·불국사』, 신영훈, 1998, 조선일보사
『진천 보탑사와 목탑』, 신영훈, 조선일보사, 1999
『탑』, 강우방 외, 솔, 2003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12가지』, 최준식 외, 시공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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