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발 금융권 재편설 ‘솔솔’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10.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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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발 은행권 재편설이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SK텔레콤과의 카드사 합작 프로젝트와 관련해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하나은행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5일 조회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계획이 있음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금융권 4위로 고착되고 있는 하나금융이 유상증자를 계기로 대형 인수·합병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상이 우리금융인지 외환은행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신영증권의 이병건 연구원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최소한 5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고 하나금융이 2조원의 증자를 한다고 해도 필요한 자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합병·매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급 조건에 대한 협상이 가능한 우리금융지주가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인 대상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돈이다. 10월5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50%의 지분 인수 가액은 6조3천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이보다 1조~2조원의 돈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문이 불거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SK그룹의 백기사 역할이다. SK 사태 때 하나은행은 SK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김승유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김승유 회장은 최근 외부 활동이나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현 정부와의 관계도 좋다. 최근 정부가 출범시킨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SK그룹은 오래전부터 카드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2000년 이후에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아멕스카드나 전북은행 카드사업부 등에도 모두 SK그룹이 거론되었다. 그만큼 금융 사업에 의욕도 많고 검토도 거듭해왔다. 증권가에서는 하나대투증권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해 우리투자증권을 SK그룹에 넘기는 방향으로 딜이 성사되는 그림도 그려보고 있다. SK와의 사업 문제도 이런 큰 그림이 먼저 그려지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는 것이다. SK그룹은 그룹 유동성이 8조원대에 달한다. SK를 백기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하나금융 입장에서 ‘돈’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김승유 회장은 최근 “임직원의 장래가 보장된다면 누구하고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발 금융 태풍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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