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범 장기 격리하라
  • 표창원 | 경찰대 교수 ()
  • 승인 2009.10.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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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피의자 처벌 수위, 외국에 비해 너무 낮아

최근 50대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잔혹한 범행과 치졸한 범죄 은폐 시도로 인해 아직 여덟 살밖에 안 된 어린 피해자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정신·신체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다. 더구나, 조두순이 겨우 12년형이라는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조두순은 이마저도 너무 무거운 처벌이라며 항소와 상고를 했고, 검찰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항소를 포기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들의 반응이다. 여론이 무서워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다른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12년이면 충분히 높은 형량이다. 살인죄도 5년 이상 징역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아동 성폭력을 7년 이상 형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형량이다. 공정해야 할 재판이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미국 일부 주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아동 성폭력 형량이 낮다”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은 우리 국민 다수가 잘못된 것일까, 이들 일부 똑똑한 법조 엘리트의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선 문제가 된 ‘술에 취해 행한 범죄에 대한 감경’은 우리 형법 제10조 2항에 정한 심신 미약에 따른 감경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인데, 사실 대부분의 음주, 본드 흡입, 마약 복용 후의 범죄에는 제10조 2항이 아닌 3항을 적용해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로 인정해 감경 없이 처벌해오고 있다.
즉, 비록 음주나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심신 미약 상태에 빠져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면 심신이 미약해져 잘못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면, 심신 미약에 의한 책임 감경을 해줄 수 없다는 얘기이다. 그동안 숱한 강력범죄 피고인들이 술을 마시고 혹은 약에 취해 범행했더라도 죄다 제대로 형을 선고해 오던 법원이 유독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에게만 관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을 거쳐 도입한 대륙법계의 원조인 프랑스 형법에서도 제222-230조에서 술에 취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무기 사용, 상해 동반, 신분 이용과 함께 ‘가중 처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답은 명확해진다. 형량 문제도 마찬가지다. 조두순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피해 어린이는 항문과 소장, 대장 등이 파열되어 8시간이 넘는 대수술에도 회복할 수 없어 현재 여자 생식기가 80% 이상 훼손된 상태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 사춘기를 맞으면서 닥치게 될 정신적 충격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2003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43세 패트릭 케네디라는 남자가 여덟 살 난 의붓딸을 강간했다. 평생 남을 심각한 장애를 끼친 조두순의 범행보다는 신체적 피해가 훨씬 덜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법원은 주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했다. 루이지애나 외에도 미국에서는 다섯 개 주가 아동 강간에 대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주에서도 아동 강간은 종신형 혹은 제한 없는 유기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징역 2백년형, 3백년형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이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아동포르노물을 다운받아 소지하기만 해도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연방 양형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만 그런가? 프랑스 형법은 아동 강간을 20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두순처럼 가혹 행위가 수반된 아동 강간은 무조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22-226조). 2007년에 제정된 속칭 ‘에브라법’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치더라도 재범 우려가 사라졌다는 정신과 의사와 판사 2명의 평가가 있기 전까지 평생 강제 입원 치료를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미국에서 1990년대에 시작되었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를 성맹수(sexual predator)로 규정하고 이들이 형기를 마치더라도 재범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평생 특수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법(sexual predator law)을 제정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성폭행에 대한 형량은 가혹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라도 강간은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형사고등법원 양형 기준이 정해져 있다. 특히 아동 피해자, 2인 이상의 강간, 납치나 감금 상태에서의 강간, 신뢰받는 위치에 있는 자(경찰관·우체부·택시기사) 혹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자 등 가중 요건이 하나라도 충족되면 반드시 8년 이상 종신형까지의 중형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다. 어린이 피해자를 납치·감금해 중상해를 입히면서 성폭행한 조두순의 범행은 영국이라면 종신형 이외의 형벌을 기대할 수 없다.

국가로부터 외면당하는 피해자들의 고통

▲ 지난 9월22일 방송된 에서 취재한 ‘조두순 사건’ 피해 어린이의 상태를 보여주는 장면들.

음주와 성폭행, 아동 대상 범죄에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우리나라 법 체계와 법 관행, 법조인들의 인식 덕에 한국의 아동 성폭행범들은 선처와 호사를 만끽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정말 ‘우리나라 좋은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아동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이 국가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해 온 ‘아동 성폭행 사법 잔혹사’가 진행되어왔다.

2006년 2월, 아동 성폭행범인 50대 김 아무개씨가 법원의 선처로 집행유예를 받고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11세 어린이 허 아무개양을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유기한 끔찍한 사건, 2001년 5월 역시 아동 성폭행범 최인구가 2년6개월이라는 단기 징역형을 마치고 나온 지 11개월 만에 네 살배기 어린이를 서울 중랑천변에서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 내 유기한 잔혹한 사건, 아홉 살 어린 나이부터 지속적으로 검찰청 간부인 의붓아버지 김영호에게 성폭행을 당해오던 김보은양이 국가로부터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다가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김영호를 살해한 사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어릴 때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국가가 처벌해주지 않자 직접 가해자를 살해한 김 아무개씨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인지, 심리, 발달, 신체 어떤 곳이 고장 났기 때문이건 욕구와 성격, 심리 이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 성폭행범은 반드시 재범한다. 잡히지 않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이들에 대한 치료책 가운데서도 딱히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것이 없다. 출소 후에 전자발찌를 채우고 신상을 공개하기 이전에 이들이 죄값에 맞는, 피해자에게 남긴 도저히 갚지 못할 상처에 부합하는,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격리하는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유기징역의 상한선을 없애든지, 무기징역형만 선고가 가능하도록 하든지, 재범 가능성이 없어질 때까지 감금 치료를 행하든지 결코 재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우리 아이들을 아동 성폭행범으로부터 지키기에는 부족하다. 신고율이 10%를 넘지 못하고 신고된 사건도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태반이 합의나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90%를 훌쩍 넘는 성적 짐승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며 우리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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