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 안산 상록 을] ‘경기 정치 1번지’ 수원 장안의 대격돌에 여야 대권 후보들의 정치 생명도 ‘오락가락’
  • 전상천 | 경인일보 기자 ()
  • 승인 2009.10.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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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상록 을, 김영환-임종인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최대 변수

ⓒ시사저널 박은숙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판을 뒤흔든다.” ‘10·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게 될 경기도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 을 두 곳의 선거 과열 양상을 지켜본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수도권 민심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와 새로 선장이 바뀐 ‘정몽준 한나라당호’의 순항 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여서, 만약 이 지역 선거에서 패할 경우 여권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민주당도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동력을 사실상 상실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여야가 이곳에 들이는 공은 각별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아예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총력 지원에 나선 상태이고, 민주당도 해당 지역의 전략 공천자로 거론되었던 손학규 전 대표와 김근태 전 의원 등을 각각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손꼽히는 세 거물 정치인들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

 

 



수원 장안은 ‘경기도 정치 1번지’로 손꼽힌다. 민주당은 지난 9월3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현 지구당위원장(50)을 후보로 확정했다. 백의종군하기로 한 손 전 대표는 수원 장안 선대위원장에 위촉되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KBS 앵커 출신인 박찬숙 전 의원(64)을 후보로 최종 낙점했다.

민주노동당은 안동섭 경기도당위원장(45)을 후보로 내세웠고,  창조한국당에서는 안희동 문국현 대표 특보(41)를 공천했다. 이밖에 전기동 선진화연대 충남도대표(54)와 박정웅씨(72)가 각각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동안 출마설이 꾸준히 나돌았던 친박연대 이규택 대표는 최근 ‘이대통령-박근혜’ 화해 기류에다 옥중에 있는 서청원 전 대표 등을 고려해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토박이 간의 싸움’으로 불리는 수원 장안 지역의 선거 판세는 추석을 기점으로 완연하게 달라진 분위기이다. 추석 전에는 인지도에서 앞서는 한나라당 박 전 의원이 크게 앞질러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으나, 지금은 백중세로 보고 있다. 손 전 대표의 본격적인 지원으로 민주당 이위원장의 지지세가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장안 유권자들에게 ‘손(孫)’을 내밀어 주위를 환기시키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지원하면서 ‘벼랑 끝 승부’

한나라당 박 전 의원의 선거 캠프도 이같은 상황을 간파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표밭갈이에 몰두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장안구 곳곳을 누비며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공천 경쟁자였던 신현태 전 의원 등이 가세한 당 조직도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민노당의 안위원장은 ‘제2의 강기갑’을 자처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장안 유권자들 중 쌍용차와 현대·기아차 노조 식구들이 많은 데다 당 지지도가 10%를 육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당의 모든 역량을 퍼붓고 있다.

수원 장안 선거의 관전 포인트로는 ‘벼랑 끝 승부’라는 절박함을 꼽을 수 있다. 즉, 선거에서 지는 쪽은 곧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의 요청으로 원래 지역구인 수원 영통구를 떠나 온 한나라당 박 전 의원이 만약 낙선하게 될 경우, 자칫 자신의 선거구를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자신의 측근인 이위원장의 선거를 돕고 있는 손 전 대표 또한 선거에 지게 되면 정치 재기에도 실패해 대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총선에서 친박연대의 깃발이 휘날렸던 안산 상록 을 지역구는 현재 한나라당의 사수냐, 아니면 민주당의 탈환이냐로 모아진다.

한나라당은 이진동 전 당협위원장, 김석훈 전 안산시의회 의장 등과의 공천 경쟁에서 승리한 송진섭 전 시장(60)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그러나 송 전 시장의 공천을 둘러싼 후유증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도 김재목 당협위원장,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 등과 함께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김영환 전 의원(54)을 공천했다.

이보다 앞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진보 성향 3당의 지지를 받은 무소속 임종인 전 의원(53)도 지난 9월2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3선 의원 출신인 장경우 전 의원(67)도 9월30일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김석훈 전 의장의 무소속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한 홍장표 전 의원을 대신해서 그의 부인인 이은랑씨가 친박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 각 후보들이 서로 난립해 표 나눠 먹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안산 상록 을 재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 여부가 ‘핫 이슈’로 떠오른 상태이다. 먼저 야당의 단일화가 주목된다. 민주당 김영환 전 의원과 무소속 임종인 전 의원 간 후보 단일화 여부이다.

이들 두 사람은 ‘반(反) MB·한나라당’ 공동 전선을 구축하자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 모두 쉽게 양보하지 않을 태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5일 김 전 의원이 공천된 것과 관련해 “경선 과정에서 임 전 의원까지 포함시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김 전 의원이 큰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임 전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심상정 진보신당 전 공동대표는 논평을 내고 “김 전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과 공조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인물로, 지난해 민주당 복당이 거부되었던 ‘친MB, 무자격 후보’이다”라고 맞서고 있다.

여권의 분열도 심상치 않다. 일찌감치 공천을 결정한 한나라당 송진섭 전 시장에 대한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송 전 시장 공천에 불복한 낙천자나 이탈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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