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는 장사에 수공이 ‘억지 춘향’?
  • 황성현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연구원장 ()
  • 승인 2009.10.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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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수익 모델 없어 물 값 인상 불 보듯…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분석 결과 제시해야

▲ 10월6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 국토해양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정감사장에서 맞서고 있는 정종환 장관(왼쪽)과 민주당 이용섭 의원. ⓒ시사저널 임준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에 전체 예산 가운데 8조원을 부담토록 한 것을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공기업인 수공에서 이런 사업을 맡게 되는 데 따른 법리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 사업을 수공에 ‘떠넘기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야당에서 ‘분식회계’ 예산이라며 비판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행태 자체가 이 사업을 얼마나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엄연히 정부가 재정 사업으로 해야 할 사업임에도 재정이 모자라다 보니, 일부를 공기업에 떠넘긴 형식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재정 지출과 재정 적자도 줄고, 국가 채무도 줄게 되니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사업이 수공의 채권 발행에 대한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물 값을 올리거나, 추후에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여러 재정 지표를 좋게 보이게 할 뿐, 국민 부담 면에서 달라질 것이 없고, 수공이 발행하는 채권의 이자율이 더 높아서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니 당장만 좋게 보이게 하는 분식회계라고 하는 것이다. 

야당의 ‘분식회계’ 비판은 무리 아니야

정부와 공기업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공기업은 ‘제값’ 받고 공공분야의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공기업인 수공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것은 국민의 부담이 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그 사업의 본질상 구체적인 수익 창출 모델이 없다. 사업의 주목적은 재해 예방, 물 확보, 수질 개선 등이다.

그런 사업에 무슨 수익 모델이 있어서 사업비에 해당하는 돈을 벌 것인가. 즉, 수익 모델이 없는 사업에 정부가 기업을 억지로 끌어들인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수공에게 투자한 돈을 회수할 방안을 마련해주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강 주변에 택지를 개발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의 대형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모순이 있다. 우선 이렇게 되면 정부가 애당초 주장하는 재해 예방이나 수질 개선과 같은 4대강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개발 사업은 본래 취지에 역행해서 환경을 훼손하게 될 것이고, 부수적인 사업비 투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사업이라면 수공이 아닌 민간 사업자나 토지주택공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맞다.

정부는 지금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결여되어 있다. 수공에 사업을 맡기는 경우 최소한 자금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재무적 타당성 분석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그저 공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냥 떠맡아라 하는 것은 과거의 후진적 방식이다. 선진화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권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우선 명확히 밝혀야 한다. 단순히 예산 문제가 불거지니까, 국회와 국민들의 반발을 우선 피하기 위해서 급하게 수공에 떠넘기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보다 더 차분하고 세밀한 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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