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 못 받은 ‘반미’ 추락하는 것만 남았나
  • 조홍래 | 편집위원 ()
  • 승인 2009.10.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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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종신 집권 좌절 후 인기 하락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9월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4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속으로 가장 질투하는 사람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다. 브라질의 쾌거로 남미의 대변자를 자처하던 그의 위상은 초라해졌다. 그는 겉으로는 룰라의 베네수엘라 방문을 고대한다면서 축하 성명을 발표했으나 마음은 편치 않다.

 차베스의 추락은 2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7년 그는 자신의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부결되었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차베스는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이를 통해 대통령의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해 베네수엘라를 남미 최대의 경제 강국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이 야망이 좌절되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인기도 추락했다.

11년 전 집권한 차베스는 특히 부시 행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개도국의 운명을 미국의 입맛대로 좌우하는 카우보이 정책이 싫었다. 그의 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베네수엘라를 남미에서 가장 극단적인 좌경으로 몰아갔다. 반미 노선은 엉뚱하게도 주요 기업의 국유화로 나타났다. 비판적인 방송과 신문을 폐쇄하고 석유·전화·전기 회사들은 국유화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능하지만은 않았다. 사회보장 혜택을 늘려 대중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국민투표에서 패하면서 그는 점점 강경해졌다. 우호 관계를 유지하던 브라질과 칠레 같은 나라와도 툭 하면 맞섰다. 차베스는 미국에 수출하는 석유의 양을 줄이고 중국과 여타 국가로 돌렸다. 국제 무대에서는 사사건건 미국을 비난했다. 부시의 대테러전이 주 타깃이었다. 이라크 전쟁을 ‘침략’,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학살’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러시아 미사일 구입 선언…오바마에게 독설도

그러자 차베스의 개혁에 불안을 느낀 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국내의 부자들과 민간 기업들은 달러와 유로 지역의 해외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했다. 국영 석유 회사는 경영난에 빠졌다. 유능한 경영인들이 차베스에 의해 해임되는가 하면 낡은 유전 시설은 방치되었다. 하루 3백30만 배럴을 생산하던 최대 국영 석유 회사의 1일 산유량은 2백40만 배럴로 줄었다. 그래도 차베스가 기댈 언덕은 남아 있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석유 수입이 6백억 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맥스웰 교수는 석유를 갖고 있는 한 차베스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차베스는 온건해지는 듯했다. 워싱턴과 대화할 의사도 있고, 양키 스타디움에서 아메리칸 리그 경기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시큰둥한 미국측 반응에 실망한 차베스는 러시아 미사일을 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과 밀착하고 북한과의 거래에도 관심을 보였다. 결국,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의 반미는 오바마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가장 독설적인 발언으로 폭발했다. 오바마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 전혀 없다는(nothing) 것이다. 있다면 희망 사항이 전부라고 비꼬았다. 부시의 ‘대량 학살’ 정책을 비난하던 쿠바의 카스트로가 오바마의 대화 외교를 ‘긍정적 조치’라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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