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온라인 평정한 ‘강풀’ 만화계 ‘지존’으로 우뚝 서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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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영 만화가, 압도적 1위로 2연패…윤태호·양영순이 뒤 이어

지난해에 이어 만화가 강풀씨(본경 강도영)의 독주가 이어졌다. 강씨는 전체 응답자의 3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강씨는 최근 웹툰 작가를 넘어서 최고의 콘텐츠 제작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인터넷에 연재한 만화가 곧잘 영화나 드라마, 연극으로 재탄생한 결과이다.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일곱 편의 작품 가운데 세 편이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단행본으로 나온 <이웃사람>도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캐스팅 작업이 한창이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영화나 드라마, 단행본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보통 만화가는 인세를 먹고 살지만 그는 영화 판권 수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 본명 강도영.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총 7편의 연재만화를 선보이면서 웹툰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 호러만화 을 연재 중이다.

강풀씨의 유명세는 개인 홈페이지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가 지난 2002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엽기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배설물 만화가’로 주가를 올렸다. 그 다음 해에 내놓은 <순정만화>는 클릭 수가 무려 6천만번에 이를 정도로 빅 히트를 쳤다. 네티즌들은 탄탄한 스토리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는 장편 연재만화에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차기작으로 내놓은 미스터리 스릴러물 <아파트>도 흥행에 성공하자 그의 이름 앞에는 ‘온라인 만화가 1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 이후 내놓은 <바보> <타이밍 1>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도 모두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강풀씨는 올해 7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호러만화 <어게인>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작품을 시작하면서 ‘무단 펌질’을 허용해 또 한 번 화제에 올랐다. 그는 “저작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강화되면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이 줄어든다”라며 저작권을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만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칸이 없는 독특한 형식을 취해 주목되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보고 어떤 이들은 그를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노력과 집중’으로 비전공자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만화 연재를 하고 있을 때는 작업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 시간 조정이 안 되는 술자리에는 나가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도 일절 거절한다. 2006년 2월부터 맡기 시작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초빙교수 자리도 최근 그만두었다. 인터넷에 연재를 하면서 강의를 진행하니 양쪽 모두 충실할 수 없어서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연재를 할 때에는 20시간씩 앉아서 작업을 하는 탓에 건강도 많이 해쳤다.

그렇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지난해에는 영화 <괴물 2> 시나리오 작업을 맡으면서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올해 크랭크업에 들어가는 자신의 작품 <이웃사람>에는 절반가량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올해 5월에는 선배 만화가들과 함께 만화 콘텐츠 매니지먼트사인 ‘누룩미디어’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박철권·양영순·윤태호 작가가 참여했다. 작품 판권 등 산업적인 부분을 관리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뭉쳤다.

강풀씨에 이어 2위는 지난해에 이어 만화가 윤태호씨가 차지했다. 윤씨는 스물다섯 살이던 지난 1993년에 <비상 착륙>으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13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1998년 내놓은 <YAHOO>가 이듬해 문화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은 이후, 3~4년 간격으로 큰 상을 받는 실력파 만화가이다. 윤씨는 만화가들이 선망하는 허영만씨와 조운학씨 문하에서 만화를 배웠다. 윤태호씨는 만화계에 입문한 지 10년째인 2007년부터 웹툰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때부터 유료 웹진에 연재하기 시작한 <이끼>는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 8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초한지> 내놓은 형민우, 처음으로 10위권 진입

만화가 양영순씨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1995년 미스터블루에 응모했던 <누들누드>로 데뷔한 양씨는 성적 묘사를 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나가는 독창성으로 주목을 끌었다. 2001년에는 성인 만화 <아색기가>를 내놓으면서 성인 만화 작가로도 자리매김했다. 2006년에 발표한 <천일야화>로 한국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만화가 박소희씨는 올해 처음으로 차세대 리더에 이름이 올랐다. 2006년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히트를 친 <궁>의 작가로 유명하다. 이듬해에는 <궁-시즌 2>도 방송되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만화 <궁>은 여전히 연재 중이다. 그녀는 2000년에 서울문화사 신인만화대상에서 은상을 차지하면서 데뷔했다. 2년 뒤에는 순정만화 잡지 <윙크>에 연재하기 시작한 <궁>으로 2003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인기상과 신인상을 독차지했다. 그 이후에도 <궁>으로만 무려 다섯 개의 상을 더 받았다.

이밖에 만화가 형민우·하일권·조석 씨가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이들 중 형민우씨는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1990년대 후반부터 내놓은 <프리스트>는 국내 만화가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렸다. 올해 7월에는 이문열의 원작을 각색한 만화 <초한지>를 내놓으면서 만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씨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재학할 당시에 연재한 <삼봉이발소>는 인터넷에서 조회 수 2천만건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로 평가받았다. 조석씨는 2006년 <마음의 소리>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2007년, 2008년 연달아 대한민국 만화대상 인기상을 거머쥐며 유망주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리더로 이름을 올린 만화가는 최규석(32)이다. 그에게는 리얼리즘 만화가, ‘예술적인, 작품성 있는 상업만화’의 포문을 연 젊은 만화가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상업지면 데뷔작인 <공룡둘리>로 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초청작가,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상에 선정된 바 있다.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를 통해 뼈 있는 바른말을 잔잔한 웃음과 함께 전했다. 2008년에는 6월 항쟁을 기록한 만화<100°C>를 발표하면서 실용적인 역사만화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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