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현장과 교육 모두 빈틈 없는 'IT 시대의 진정한 영웅'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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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시대' 재확인…최휘영 NHN 대표도 '건재'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강의는 카이스트 내에서 인기 강좌로 알려져 있다. 강의평가 점수가 5.0 만점에 4.8점이라고 한다. 안교수의 수업은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대학에서 정착시켜야 할 방식이지만 시도하기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안교수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라며 강단에 선 현실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기술경영대학원 지도교수직까지 맡아 대학원생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철수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진행 중이다. 그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IT 전문가들은 이번 IT업계의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안철수 교수를 1순위로 꼽았다. 42%의 지목률이다. 안철수 교수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도 선정되어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최연소 의학박사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개발하며 보안업계에 뛰어들었고, 잘나가는 ‘안철수연구소’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뒤 자신은 와튼스쿨로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신분으로 현장이 아닌 강단에서 학생들과 대면하고 있다.

물론 그는 “저는 현장 일을 더 잘하지만요…”라고 말한다.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뒤 그가 생각했던 새로운 안철수의 모습은 ‘벤처캐피탈리스트’였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말 그대로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해 투자하는 사람이다. 안교수의 이력과 잘 어울리는 직업이다. 그 역시 아직 한국에서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가 택한 곳은 대학이었다. “자신의 현장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안교수와 안철수연구소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그에게 중요한 곳이다. 다만, 이제는 경영인이 아닌 이사회 의장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다. 안교수는 “이상적인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 분담 체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최휘영 NHN 대표는 기존의 IT업계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기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최대표는 뉴스와 친숙하다. 그는 야후뉴스를 히트 상품으로 만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 뒤 NHN으로 옮겨와 만든 작품이 바로 지식검색이었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직에 올랐다. 창업 멤버가 아닌 사람 중에서는 처음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는 곧 사그라들었다. 최대표의 재임 기간 동안 NHN은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2004년 2천2백93억원이던 NHN의 매출액은 2008년 1조2천8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4천9백12억원, 순이익은 3천6백57억원을 기록했다. NHN 대표의 임기는 3년. 하지만 그의 연임은 당연했다. 창업 멤버는 아니지만 창업 멤버가 지지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최대표이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도 차세대 리더로 점수를 얻었다. KISA는 지난 7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 3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조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조직 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빠진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도 새롭게 지목돼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올해 ‘차세대 리더’ 게임 부문에서 2위에 올라 있다. 이번 IT업계 조사에서도 김대표는 표를 얻었다. 전문가들이 게임계의 아이디어뱅크라고 불리는 김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트위터 붐이 일어나면서 바빠진 사람이 있다. ‘아래아 한글’을 만든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세상과 빠르게 소통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전도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을 예찬하는 이대표를 통한다면 네티즌들은 아이폰에 관한 정보를 더욱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허진호 네오위즈 대표는 인터넷 1세대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명인데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21일에는 8백25만 금융 소외 계층에게 소액 대출 기회를 제공하는 오픈머니마켓 ‘팝펀딩’의 대표까지 맡았다. 그를 지목한 전문가도 눈에 띈다.

이준호 NHN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네이버의 검색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검색 분야의 대표적인 1세대로 현재도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을 담당하고 있다. 숭실대 교수를 거쳐 지난 2007년부터는 NHN의 일본 검색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성현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IT 젊은 과학기술자상’ 수상자이다. 이 상은 전기·전자 분야의 국제적인 기관인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와 대한전자공학회(IEEK)가 공동으로 40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에게만 수여하는 상으로 국제적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교수가 전공하는 분야는 무선랜이다. TV 광고에서 들을 수 있는 ‘인텔 센트리노 기술’이 대표적이다.

게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IT부문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현 Daum의 초석을 닦은 이재웅 Daum 전 대표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 벤처업계의 스타 겸 대학 교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14년 동안 의학을 공부했다. 의학 지식은 어느 정도 남아 있나?

의학 상식이 풍부한 정도이다. 의사 친구들이랑 만나면 의학 용어는 이해가 가능하다. 20대 때 외웠던 것이라 그런지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의사라는 자각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카이스트에서 교수를 제안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카이스트에서 풀타임 수업을 하는 전임 교수 자리를 제안했을 때 고마웠지만 고민도 많았다. 나는 현장에서 일을 더 잘하는 타입이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서 그동안 다른 학위를 따고 책도 쓰고 그렇게 학구적으로 보낸 시간을 평가해주셨다.

스스로를 “비효율적으로 살아왔다”라고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 ‘비효율성’이 성공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두려워서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

효율성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성공에 대한 기준이 획일적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서울대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병원이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잘되지 못한다. 자신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성공인지가 중요하다.

멘토가 있나? 어떤 분인가?

멘토라면 만나서 조언도 듣고 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멘토보다 롤모델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의사일 때, 경영자일 때, 교수일 때마다 롤모델이 다르다. 주로 책에서 그런 롤모델을 하나하나 많이 찾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안교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올곧은 성공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거칠게 말하면 반기업 정서 같은 것이 있다. 사람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동일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그동안 부도덕한 기업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기업과 기업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용기를 내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맞다. 사회가 예전보다 젊은이들을 도와주지 못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재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지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도록 강요한다. 벤처가 어려워지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은 현실이 되었듯이 10년 정도 지나면 일자리가 부족하게 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나?

내가 강단에 있는 이유도 그런 노력이다. 그런 뒷받침을 해주기 위해서다. 자문위원회 같은 데나 중소기업청 같은 곳에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갑갑한 부분이 있다. 오래 걸린다.

‘안철수연구소’의 비정규직은 얼마나 되나?

단순·반복적인 업무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더라. 하지만 안철수연구소도 중소기업이라 다른 곳에 비해서는 정규직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청년들이 비정규직화되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정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일자리의 질도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었다.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하고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 있다면.

좋은 책은 너무 많아서…. 책을 추천하기보다는 작가를 추천해주고 싶다. 최근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뉴요커의 칼럼니스트인데 이 사람 책은 나오면 본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책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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