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미지 넘어 관록 쌓은 그들 이제는 ‘실력’으로 말한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0.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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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 2년 연속 1위 ‘기염’…2위 오세훈 시장과 두 배 이상 격차

‘차세대 리더’ 정치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원의원은 20%의 지목률을 나타내며 차세대 정치 지도자 1위로 선정되었다. 2위인 오세훈 서울시장(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원의원과 오시장은 현재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한나라당 나경원·권영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은 전문가 6%의 지목률로 공동 3위에 올랐다. 공동 6위에는 다섯 명이 한꺼번에 올랐다. 이 가운데 민주당 소속 정치인은 세 명이었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이 나란히 차세대 리더로 꼽혀 눈길을 끌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포함되었다. 또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10위 안에 들었다.

공동 11위를 차지한 이들을 보면 여권에서는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 김태호 경남도지사,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꼽혔고,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최고위원과 임종석·최성 전 의원 등이 거명되었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조사에서 모두 21명을 차세대 정치 리더로 꼽았으나 올해는 16명만 이름을 올렸다.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여덟 명, 민주당 여섯 명,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한 명씩이다. 

지난해 10위 안에 들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임해규·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올해 조사 결과에서 빠진 반면,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과 이정희 민노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새 얼굴’이 등장했다.

상위 16명 중 한나라당 8명, 민주당 6명, 민노당·진보신당 각 1명

1위에 오른 원희룡 의원은 2년 연속 ‘차세대 정치 리더’로 선정된 것에 대해 “쑥스럽다”라며 겸연쩍어했다. 그는 제주 제일고 재학 시절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1983년 5월, 시위에 참가했다가 유기정학 처분을 받으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뀐다. 이후 그는 구로공단에서 야학 활동과 위장 취업을 하면서 ‘운동권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옛 소련 등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2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해 1992년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는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다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탄핵 역풍’으로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낙선할 때도 원의원은 건재했다. 그만큼 지역구(서울 양천구 갑)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이다. 원의원은 특히 이번 조사에서 정치 분야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차세대 리더 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로 한 계단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에게 ‘문화 시장(市長)’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여권의 차세대 여성 정치인 중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등 갈수록 정치적 리더십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판사 출신인 나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 리더 3위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정치인의 키워드는 애국심과 봉사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없으면 정치인으로서의 목적과 열정을 상실하게 된다. 항상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묵묵하게 일하겠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한때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당 대변인과 정책조정위원장 등을 거치며 지금은 ‘일하는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나의원은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했다.

나의원과 함께 정치 분야 공동 3위에 오른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단 있게 저항한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야권의 차세대 여성 정치인 리더로 새롭게 급부상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의 부각도 주목된다. 권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한나라당 내 소장 개혁 그룹인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 공동 간사를 맡고 있다. 특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4년 첫 직선제로 연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던 ‘운동권 학생 송영길’은 현재 3선의 관록을 갖춘 중량급 있는 정치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송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정치 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965년에 태어나 올해 45세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벌써’ 4선이다. ‘미래형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남의원은 특히 외교·통일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민주당의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도 ‘주군’인 노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특히 친노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시민주권’ 모임에 참여하면서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진보신당에서 유일하게 금배지를 달고 있는 조승수 의원 역시 차세대 리더 10위 안에 들면서 진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큰 기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 서울대 법학과를 ‘수석’ 입학했고, 사법시험도 ‘수석’ 합격한 3선 의원. 외교·안보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도 선정되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 분야에서 차세대 인물 1위로 선정되었다.

나를 1위로 선정해주신 전문가들이 그만큼 나에게 주문할 사항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그것을 잘 헤아려야 하는데 솔직히 쑥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지켜보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나’를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인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 공인 의식이 중요하다. 정치는 공적인 일이다. 사적인 일과 연고, 감정, 우월감 등은 공인 의식을 왜곡시킨다. 정치인은 국민의 아픔과 상실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 지향적인 가치관이 중요하다.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고민하나?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가 좀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도 서로 끌어안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서민·중도 실용 정치를 하는데, 이것은 내가 항상 고민하는 것이고 내가 정치를 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 정치권을 평가한다면?

국회에 망치가 등장했고, 미디어 관련 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다. 정상적인 표결을 통해 처리되지 못해 무척이나 속상했다. 한나라당은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했지만 정부를 견제하는 목소리는 약했다. 야당은 과거처럼 반대하는 역할을 했는데, 일관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10년 동안 정치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지난 2004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들어가 선거법 개정 책임자로서 돈을 못 쓰는 선거로 바꾸었다는 점이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아쉬운 점은 몇 년 전부터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가 불거졌는데, 당시 정부 관료들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해서 한 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영세 상인을 위해서라면 그때 과단성이 있게 뚫고 나갔어야 했다.  

정치를 불신하는 국민이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들은 ‘정치인이 사리사욕을 챙긴다’라고 의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사생활에서부터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정치인 원희룡’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강점은 나름대로 사명감과 공인 의식이 투철하다는 것이다. 나와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항상 깨끗이 정리하고 있다. 약점이 많은데 특히 ‘원희룡은 무엇이다’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부족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오세훈 현 시장이 같은 한나라당이어서 현재로서는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내가 미처 준비가 안 되어 꼭 필요한 상황에 나가지 못하는 우는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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