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뱃속 아기도 안전하다
  • 석유선 | 의학전문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10.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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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임신부 체내에 형성된 항체가 예방에 도움…감기 증상 보이는 영·유아는 빨리 병원 찾아야

▲ 10월23일 오전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에서 신종플루 의심 증상이 있는 내원객들이 진찰을 받기 위해 병원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10월6일 생후 2개월된 영아가 사망한 뒤 10월16일에는 7세 아동과 생후 2세 여아마저 신종플루로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패닉에 빠지고 있다. 10월에 들어서만 열흘 사이에 영·유아들의 사망이 잇따르자,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임신부들에게까지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임신부 전문 네이버 카페에서는 “아이들도 문제지만,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은 더 걱정스럽다”라는 목소리를 게시판 곳곳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종플루로 사망한 영·유아는 10월23일 현재까지 총 3명에 이른다. 정부가 밝힌 전체 사망자 20명 가운데 15%를 차지할 정도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들어 신종플루로 인해 76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전체 사망자 수 3백명 가운데 25% 수준이다. 10월 둘째 주에만 19명의 어린이가 잇따라 사망하는 등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급증하는 한국 내 사망률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계절 독감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 수가 46명에서 88명 사이인 것에 비해 이같은 수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신종플루로 인해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것에 긴장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도 “소아 환자들 가운데 특히 더 위험한 군은 6개월 이하 신생아인 영아이다. 소아의 경우 관리가 어려운 것은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는데, 증상을 구별하기가 힘든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영·유아의 경우, 일반 독감과 신종플루를 놓고 부모들이 쉽사리 증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신종플루로 사망한 2개월 영아도 신종플루 검사가 늦었고, 7세 남아의 경우도 첫 증세가 나타난 지 1주일 만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부모가 빨리 의료 기관을 찾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의료진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성희 교수는 “신종플루와 일반 플루를 구분하는 것은 의료진도 힘든 만큼 ‘초전박살’의 자세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라며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생후 59개월 이하의 소아는 신종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사각지대는 바로 ‘6개월 미만 영아’이다. 이들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별다른 예방 수단이 없다. 서울대병원 소아감염내과 이환종 교수는 “6개월 이하 아기는 백신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백신을 맞히면 안 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기를 보호하려면 청결을 유지하고 가급적 인파가 많은 곳에 가지 않는 등 전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증세가 보인다면 가장 최선의 수단은 조기에 검사를 받고, 호흡기 증세가 나타날 때는 조기에 치료를 받아 증상 악화를 막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1세 미만 영아에게도 항바이러스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사용은 허가된 상태이다. 본디 1세 이상 소아에 허가된 약물이지만 ‘대유행’ 상황에서 비상 조치로 임시 허용되었다. 영·유아용 타미플루 시럽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급이 원활치 않아 캡슐을 해열제 시럽 등에 녹여 신생아 월령에 맞게 용량을 투여해야 한다.

10월27일부터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예방 접종이 본격 시행되지만 의료진과 학생에 이어 영·유아와 임신부는 12월이 되어서야 접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건 당국은 밝히고 있다. 사실상 약 한 달 동안의 공백이 생기는 만큼 6개월 이상 영·유아라도 무턱대고 백신만 믿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6개월 이하 아기에게는 부모 위생이 최고 예방책

계명대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천수 교수는 “6개월 이하 영아들은 주로 가족 간 전파로 바이러스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평소 부모가 손 씻기와 양치질 등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영·유아가 감기 증상을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위생이 최선의 예방책이라는 말이다.

오성희 교수도 “영·유아는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하다. 백신 접종이 곧 이루어지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들과 어린이집 교사 같은 이들의 위생 관리와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생아에게는 어머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신생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모체로부터 받은 항체 면역을 갖고 태어나고, 태어난 후에도 모유를 통해 면역 성분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에 임신부가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면 태어날 아기도 신종플루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임신부는 영·유아와 함께 12월에 있을 신종플루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임신부 스스로도 고위험군이지만, 태아를 위해서도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신부 체내에 형성된 항체는 태어난 신생아의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신 중 예방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일 우려도 있지만, 지난 60년간 인플루엔자 백신은 안정성이 입증되었고, 지금 시점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성희 교수는 “백신이 주는 이득과 손해 중 지금은 득이 더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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