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한국 자동차 부품 대량 생산에 수출까지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10.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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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신 설비 갖춰놓고 무차별 위조해 판매

▲ 모조 부품을 거래하는 중국 베이징의 자동차 부품 가게. ⓒ현대모비스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3대 도시 담만의 항구에는 자동차 부품이 가득한 컨테이너가 통관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만 항 세관 관계자는 낯익은 ‘HYUNDAI’ 상표를 보고 일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쳐 물건을 반출하려 했다. 하지만 통과 확인증에 서명하기 위해 상품 명세서를 훑어보다가 제조 연월이 지나치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밀히 살펴보자 부품명도 전산에 입력된 정보와 달랐다. 세관으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은 시장조사업체는 해당 제품의 사진을 촬영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현대모비스로 전송했다. 현대모비스는 사진을 분석한 끝에 해당 제품이 중국산 ‘짝퉁’ 부품인 것을 확인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세관 당국에게 해당 물품의 압수를 요청했다. 해당 제품은 실린더헤드가스켓으로 물량이 1천3백 단위로 1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중국 장쑤 성 창저우 시에서도 모조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적발되었다. 건평 2백평 규모에 최신 생산 설비를 갖춘 이 공장은 아반떼·쏘나타·투싼·스포티지 차종에 들어가는 범퍼가드, 사이드스템 범퍼, 헤드램프의 모조품을 불법 생산하고 있었다. 정밀 위조한 포장재와 상표 라벨까지 만들어냈다. 이날 압수한 모조 부품은 2.5t 트럭 20대 분량이나 되었다. 지금도 중국 베이징 자동차 부품 상가에 가면 국산 차량의 모조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적발된 모조 부품은 67만개, 63억원어치나 된다. 단속 부품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억원이 넘는 부품이 단속되었다. 모조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짝퉁 천국’으로 악명이 높다. 가방이나 의류 같은 명품 소비재 부문에서 모조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 향상해 자동차·전자·기계까지 모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운전자 생명 위협해 심각한 문제

▲ 중국산 모조품 오일필터(위 오른쪽)와 순정 오일필터. 눈으로 보아도 확연히 구분된다.

자동차 모조 부품은 창저우, 원저우, 광저우에서 주로 생산된다. 모조 부품은 중국 내수 시장에만 풀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산 중고차가 많은 지역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으로 수출된다. 중국 업체들은 카자흐스탄 우르무치에 대규모 물류센터까지 갖추고 있다. 부품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후 차량 모조 부품을 주로 생산했다. 지금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중국산 아반떼(위에동) 부품까지 시장에 풀리고 있다. 조봉현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 부장은 “모조 부품 업체들이 대형 수출 업체와 손잡고 과감하게 설비 투자를 해 부가가치가 높은 범퍼와 램프까지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 명품 브랜드와 달리 자동차 부품의 위조가 심각한 것은 운전자 생명과 직결된 탓이다. 부품 불량으로 차량 내구성이 감소하고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 국산 자동차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공안과 손잡고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중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짝퉁 제품의 시장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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