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유통 불합리 깨고 인디밴드와 ‘상생’ 합창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10.2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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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어’ 사이트 만들어 음원 등록해주고 저작권료도 챙겨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 황룡씨가 지켜본 음악 산업의 현실이 그러했다. 정작 음악을 생산해낸 이보다 음원을 유통하고 음원 저작권을 관리하는 협회만 돈을 버는 꼴이었다. 황씨는 불합리한 구조를 깨고 싶었지만 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연스럽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인디밴드 음악에 눈이갔다. 그는 “인디음악은 저작권 개념이 없어 무료로 불법 유통되고 있었다. 음원을 등록하고 저작권료를 챙겨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라며 창업에 나선 계기를 설명했다.

“취약점인 ‘인맥’도 열정만 있으면 채워나갈 수 있어”

ⓒ시사저널 임영무
사업 아이템이 정해지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2007년,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다음 날 아버지 회사 사무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황씨는 인디밴드를 직접 만나고 다니면서 음원을 등록하라고 권했다. 사업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해나가자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1년 만에 100여 명의 인디밴드와 계약을 맺는 성과로 이어졌다. 황씨는 블레이어(www.blayer.co.kr) 사이트를 만들어 음원을 등록하고, 판매처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12월, 하나포스와 계약이 성사되면서 매달 100만원의 고정 수입이 생겼다. 사업자 등록도 이때 했다. 지금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티스토어를 통해서도 음원음원 유통 불합리 깨고 인디밴드와 ‘상생’ 합창‘블레이어’ 사이트 만들어 음원 등록해주고 저작권료도 챙겨줘 황룡 시루스 대표을 공급한다. 사용자가 한 곡당 6백60원을 지불하고 음원을 다운받으면, 수익금의 70%가 음악가에게 돌아간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수익금의 10%만 돌려주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대다수의 사람이 돈을 버느라 음반 작업에 100%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음악의 수준이 떨어진다.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면 자연스럽게 질이 올라간다. 인디음악의 발전은 유통할 수 있는 음원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덩달아 블레이어의 매출도 증가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씨는 오래전부터 창업을 꿈꿨다. 2003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할 정도였다. 1년 만에 애견 직거래 사이트를 창업했다. 애견 코스프레 사업도 병행했다. 하지만 애견 사업을 하기에는 경기가 좋지 않았다. 연일 방송에는 유기견이 넘쳐난다는 뉴스가 쏟아져나왔다. 무턱대고 창업을 하면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고 군대에 들어갔다. 그는 “애견 사업에서 실패하면서 수익 모델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블레이어는 개인 간 음원 유통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음원사용권 판매도 같이하고 있다. 공연 중개 사업도 병행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셈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황씨의 평균 학점은 3.5점 정도. 학점 인플레이션 시대에 높지만은 않은 점수이다. 그런 그를 부모님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지난 9월 신세계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나갔다.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광고 부문에서 1등을 하고 나니까 나를 믿는 눈치였다.”

그는 창업을 머뭇거리는 후배들에게 일단 저지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20대는 실패를 하더라도 눈감아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황씨는 대학생들의 취약점인 ‘인맥’도 열정으로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다음, 이를 떠벌리고 다니면 신기하게도 조력자가 나타난다. 대다수 어른은 대학생의 열정과 순수함을 높이 사기 때문에 손익을 따지지 않고 도와준다. 그들이 나에게 그러했듯, 나 역시 사업가로 성공해 후배들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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