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두드린 ‘신나는 퓨젼’
  • 정리·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09.10.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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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 제작’ ‘라디오와 샴푸통이 결합된 목욕탕용 복합기’ ‘연인이 신체 접촉을 하면 반응하는 전자 문신’ ‘컬러 프린팅한 종이 보석 목걸이’. 트렌드 연구소인 인터패션플래?


‘전자제품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 제작’ ‘라디오와 샴푸통이 결합된 목욕탕용 복합기’ ‘연인이 신체 접촉을 하면 반응하는 전자 문신’ ‘컬러 프린팅한 종이 보석 목걸이’. 트렌드 연구소인 인터패션플래닝이 2010~11년에 유행할 것으로 보는 유망 상품이다. 이 연구소가 내놓은 <2010~11 트렌드 워치> 보고서에 나타난 주목할 만한 네 가지 트렌드를 소개한다.

 

1. 하이퍼 커넥터
하이퍼 커넥터란 첨단 과학과 정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중적·수평적·즉각적인 연결을 통해 새롭고 실용적인 삶을 이끌어가는 소비자이다. 이들은 일본 브랜드인 무지에서 내놓은 샴푸통과 라디오를 결합한 욕실용 제품처럼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기능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선호하고 고객 맞춤형의 통합형 서비스를 선호한다.

▲ 사용자가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모듈을 결합해 자신만의 IT 기기를 만들 수 있게 레고 블럭처럼 만든 DIY형 IT 기기 ‘BUGlabs’.

지금 기업들은 외부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데에서 나아가 창조적인 소비자(cre-sumer)를 위한 크라우드 소싱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피릿(www.crowdspirit.com)은 저가 전자제품 제조업체인데,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데 소비자들을 참여시킨다. 카페프레스(www.cafepress.com)는 회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이트로 80만개의 개인몰이 입점해 있다.

2. 미스틱 텔러(mystic-teller)

▲ 별자리 시계 프로그램을 내장한 아이폰.
최근 광고나 대중가요에 ‘비비디바비디부’나 ‘아브라카다브라’ 같은 주술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미스틱 텔러는 각자가 의지하는 신비로운 힘을 신봉함으로써 예측불허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룹을 가리킨다. 이들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예언이나 신화 같은 비과학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샤머니즘적인 믿음을 디자인으로 나타낸다. 신화와 점성술 속 동물이나 비밀스러운 꿈,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설화와 전설이 제품의 스토리나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닌텐도에서 게임기 ‘위’를 위해 출시한 해리포터 혼혈왕자 게임에서는 위 리모컨을 마법봉처럼 휘두르며 주문 ‘익스펙트로늄’을 외치면서 마법사 체험을 하게 되어 있다. 아이폰에 서비스되는 한 시계프로그램(Constellation Clock A)은 천문학을 기초로 달과 별 그리고 12개의 별자리를 결합시켜 오늘의 별자리를 보여준다.

독일 디자이너 구스 리우벤이 2009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출품한 동물 형상의 라디에디터 시리즈는 난방기라는 기능성에 설화를 덧입혔다. 이 난방기는 하나의 스틸 큐브로 만들어져 있고, 꼬리를 통해 중앙 난방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지만 상상 속의 동물 같은 디자인으로 인해 마치 설치미술 같은 느낌을 준다. 

3. 클래시쿠스 주니어 (classicus Jr.)

▲ 액세서리 디자이너 탐 빈스가 만든 종이 보석들.
클래시쿠스 주니어는 명예와 격식,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젊은 소비자 그룹이다. 이들은 과거의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아날로그적 감성과 수공예품 느낌을 주되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제품을 요구한다.

디지털 시대의 복고 열풍은 1920년 탄생한 독일 롤라이의 클래식한 수동카메라의 디자인을 당시 사용했던 가죽까지 그대로 사용한 디지털 카메라로 되살려냈다. 말리스 롬버그가 디자인한 최신 USB는 중세 시대의 문서처럼 보이게 실리콘으로 만든 밀랍봉인을 붙였다.  

영국에서는 10대들에게 상류 사회의 예절을 가르치는 피니싱 스쿨(Finishing school)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세계 최상류층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퀀터센셜리(quintessentially.com)가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의 등장 이후  앤세스트리(Ancestry.com)에서 10만명 이상의 미국 흑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았고, 2010년까지 현대인 10만명의 유전자 샘플을 분석해 인류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는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4. 엑스터시아(ecstacya)

▲ 여인의 신체를 표현한 의자와 파스타 전용 소쿠리.
엑스터시아란 숨기고 감추던 원초적 본능을 따르며 호기심을 갖고 금기의 선을 넘나드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고급 지식과 개인의 사생활을 습득하며 죄의식 없는 관음증을 누린다. 이들은 감추어져 있던 원초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데 스스럼이 없고 진위를 따지지 않으며 이중성과 반전을 즐긴다. 금기시되었던 인체, 성, 도발, 가짜 럭셔리, 모조품 등의 개념을 드러내놓고 디자인 컨셉트로 활용하려 한다.

최근 얀코디자인은 산업디자인에서 성을 표현하는 가장 섹시한 품목 10가지를 발표했다. 핫돌(HotDoll - Love Doll for Dogs)은 클레멘트 엘로이가 디자인한 애완견용 장난감으로 섹스 토이 기능을 한다. 알로에(Aloe)는 알로에 모양의 식물이나 향수병 등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자위용 기구이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컨셉트의 디자인을 주로 선보이는 알레시(Allessi) 사는 ‘Make Me Wet’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스타 전용 체(소쿠리)를 내놓았다. 멋진 음식과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주제로 디자인되었다. 제품 이름과 여인의 다리를 닮은 디자인은 묘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미셸 오바마가 애용해서 주목받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액세서리 디자이너 탐 빈스는 럭셔리 보석을 펑키하게 해석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새로운 컬렉션 ‘겟 리얼’ 목걸이 시리즈로 진품을 컬러 프린팅한 종이 보석 목걸이를 내놓았다.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풍자하는 듯한 ‘겟 리얼’ 시리즈는 종이 보석이지만 값이 100~2백 달러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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