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아름다운 축구’를 원한다”
  • 포항·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1.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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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3관왕 노리는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인터뷰

▲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고 개선한 다음 날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한 파리아스 감독. ⓒ시사저널 임준선


K리그 프로축구팀 포항 스틸러스는 트레블(3관왕: K리그/FA컵/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가장 큰 고비는 지난 10월28일에 있었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였다. 이미 홈 1차전에서 2 대 0으로 완승을 거두었던 터라 한 골 차로 져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포항은 원정 경기에서마저 2 대 1로 승리했다. 포항은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한다. 그라운드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 플레이 시간을 늘린다. 심판 권위를 존중하고 경기 매너를 지킨다. 포항 스틸러스 구단은 이를 ‘스틸러스웨이(Steelers Way)’라고 일컫는다.

평가위원회는 스틸러스웨이 이행도를 매겨 선수 수당을 지급한다. 포항은 지금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있다. 그가 걷고 있는 ‘위대한 스틸러스웨이’가 궁금했다. 움살라 원정에서 개선한 다음 날인 지난 10월30일 포항 스틸러스 클럽하우스에서 파리아스 감독을 만났다.

카타르 원정은 어땠나?

아무래도 홈에서 하는 것이 좋다. 중동은 비행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차도 있기 때문에 피곤하다. 동시에 리그 경기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주중과 주말 경기 일정이 빡빡해서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이번 움살라와의 카타르 원정은 포항 스틸러스답지 않았다. 이기기는 했지만 시간 끌기도 있었고, 다이빙으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내가 보았을 때도 좋은 경기가 아니었고,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1차전에서 점수(2득점)를 올렸기 때문에 내가 강조를 하더라도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경기했다.

스틸러스웨이가 축구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그전에는 특별한 이름을 짓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아름다운 축구, 공격적인 축구, 내용 있는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스틸러스웨이’라는 프로젝트가 생기면서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부분을 강조하고 거기에 따라 경기를 하면 남들이 보았을 때 좀더 좋은 축구라고 하지 않겠나.

포항은 초반 열 번의 경기에서 1승7무2패에 불과했다. 그런데 11번째 경기부터 연승을 달리며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사람은 출발할 때부터 최고의 상태로 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출발은 잘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나 경기에서 팀의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결정적인 순간, 치고 나가야 될 경기에서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준비한다.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포항은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 성적을 보면 포항만이 유일하게 한 개 이상의 결승전에 진출하고 있다. 다른 팀과는 다르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지난 3~4년간 유지하고 있다. 올해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지 않나. 결승전을 목표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항은 ‘축구를 예쁘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게 하면 축구를 예쁘게 할 수 있나?

우리 선수들 몸에는 배어 있다. 카타르 원정을 보아도 우리가 1차전에 점수를 얻었지만 승리를 목표로 해서 경기를 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축구이고 보기 좋은 축구가 된 것 같다. 누구나 축구를 볼 때 아름다운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원하지 않는가.

귀네슈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유명했지만 당신은 지금 그보다 더 명장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귀네슈 감독보다는 성적이나 결과가 좋았지만 내가 귀네슈 감독보다 좋은 지도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귀네슈 감독보다 좋은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내가 지닌 특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나 같은 경우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이후에는 다른 것을 또 경험해보아야 한다. 유럽이나 남미와 비교를 한다면 아시아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적응력이 좋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는 법을 빨리 깨달았다.

한국 축구가 가진 특성은 무엇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깨달았나?

처음에 왔을 때 본 한국 축구는 선 수비, 후 공격 스타일이었다. ‘이것을 바꿔서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공격 먼저 하고 수비하자. 그 다음에는 균형 있는 축구를 하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쉬워 보이는데, (웃으며)절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시사저널 임준선

사람 머릿속을 바꿔놓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축구를 해왔는데 내가 이제 와서 저렇게 하라고 하면 힘들다. 선수가 변화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자신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처음 왔을 때 한국 선수들은 유럽 진출이라는 것을 제대로 꿈꾸지 못했다. 유럽으로 나가 있는 선수는 한두 명에 불과했다. 요즘은 어린 선수들이 공 좀 차면 다들 유럽 간다고 한다. 그전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에서 자신감이 붙었다.

포항은 스타플레이어도 없지만 강하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은 많다. 그 선수들도 점점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모기업인 포스코는 제철회사이지만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퀄리티에서 앞서갈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최고의 회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경쟁력 아닌가. 오랫동안 키워놓은 경쟁력이 중요하다.

본인에게 한국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다.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이곳에서 나를 알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포항 스틸러스를 대한민국 최고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나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모기업에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포스코의 마인드가 문제인가?

포항이라는 축구팀은 포항 시민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줘야 하는 팀이다. 이것이 우선 목표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넘어서 포항과 포스코의 이름을 외국으로, 아시아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모두들 조금씩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포항 시민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서 스틸야드에서는 지지 않는 것인가(포항은 올해 홈에서 24전14승9무를 기록 중이다)?

축구 경기의 결과를 쉽게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포항은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절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다. 올시즌 K리그의 정규 시즌 성적을 보면 포항이 세 번 밖에 지지 않았다. 원정에서도 절대 지지 않는다. 지지 않는 기록보다는 포항이 최다 승리 팀이라는 기록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팀의 성적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6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에 의해 세계 최고 클럽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IFFHS의 ‘이달의 클럽’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인터밀란 등 세계 유명 클럽의 차지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는 이루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이 있나?

(웃으면서 한국말로)몰라. 포항과 계약을 2011년까지 연장했다. 앞으로 우리가 좀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서는 회사의 지원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회사가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원이라면,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제일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만 그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는 것도 어렵다. 거기에 어울리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도 재정적으로 지원을 받는 부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 팀 간판급 선수들은 이미팀을 다 떠났다. 남들이 밖에서 보았을 때는 ‘이정도로 만족해야지.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느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떨어지지 않고 지금의 포항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최고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스틸러스웨이’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감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는 2007년 K리그를 우승했을 때부터 나왔다. 내년에 월드컵이 있는데 축구협회의 제안이 들어온다면 나는 분명히 거절한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때 본프레레가 예선을 통과하고 나서 본선에는 아드보카트가 맡았는데 그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대표팀에서 허정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잘하고 있다. 현재 계신 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월드컵을 생각하면 그때까지 한국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다고 해도 향후에 그런 제안이 온다면 나로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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