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기 싫으면 먹을까?
  • 이은희 | 싸이컴 ()
  • 승인 2009.11.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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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접종법 개발돼…안정성 확실한 것만 적용해야

ⓒREUTERS, 시사저널 이종현


미국에서 시작된 신종플루 백신 접종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 중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백신을 팔이 아니라, 코에 넣고 접종하는 모습이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기들은 태어난 날, 간염 백신을 접종받는다. 이후 BCG(결핵 백신), DPT(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 MMR(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 등을 계속 접종받는다. 이는 모두 주사를 통해 팔 또는 허벅지(생후 1년 미만의 아기들)에 접종된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백신=주사’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다. 바늘처럼 뾰족한 물체를 두려워하는 ‘첨단(尖端) 공포’ 탓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사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주사에 대한 공포가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사를 이용한 접종 외에 다른 방식의 접종 형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 결점 보완한 설하 백신 연구·개발 중

주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은 경구 투여이다. 백신을 먹는 약으로 만든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대표적인 경구 투여 백신이다. 경구 투여 방식은 간편하고 통증도 없지만, 약물이 소화기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각종 소화액과의 접촉을 통해 변성되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드물게는 백신에 포함된 약독화 바이러스가 소화 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독성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소아마비 백신이 그런 경우이다. 지난 1960년대 개발된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의 경우 소화 기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약 2백50만~3백50만명 가운데 한 명꼴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독성을 회복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백신은 예방약이 아니라, 소아마비 바이러스 그 자체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소아마비의 유행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 발생한 소아마비 환자는 모두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는 소아마비 백신을 경구용에서 다시 주사용 제제로 바꿔서 접종하고 있다.

주사를 대체할 또 다른 접종법으로 비강 스프레이가 있다. 비강 스프레이형 백신은 백신을 미세한 입자로 만든 후 비강에 분무시켜, 코 내부의 점막을 통해 직접 흡수되도록 하는 백신이다. 스프레이 용기의 입구를 코 내부로 향하고 분무해주면 되기 때문에, 주사와는 달리 통증과 출혈이 없고 접종법도 용이하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문제는 있다. 코로 분무하게 되면 일부 바이러스가 코점막을 통해 뇌와 중추신경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백신이 예방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백신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최근에 국내 연구진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설하(舌下)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설하 백신이란 ‘혀 밑에 넣는 백신’이라는 말 그대로, 사탕처럼 혀 밑에 넣고 있으면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백신이다. 이는 구강 점막을 이용하는 방법이라 주사에 대한 공포심을 해소하면서도, 소화액에 의한 돌연변이 가능성과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할 가능성을 낮추어주는 차세대 백신 접종법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10월27일부터 신종플루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다. 국내 백신은 여전히 주사형 제제로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접종되는 백신이든 신종플루에 대한 완벽한 예방 효과와 백신 자체의 안전성을 충분히 갖춘 후 출시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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