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금융권 합병·매수 몸집 불릴 은행은 어디일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11.0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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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등 예정…“KB가 나서는 순간 은행권 판도 크게 요동칠 것”

▲ KB의 선택과 외환은행의 향방에 따라 은행 간 합병·매수 구도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시사저널 임영무(왼쪽), 시사저널 우태윤(오른쪽)


KB-우리-신한-하나로 굳어진 은행권 판도를 다시 뒤흔들 2차 빅뱅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첫걸음인 산은금융지주회사가 지난 10월28일 출범했고, 11월 초에는 정부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7%의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적어도 1년 안에 외환은행의 매각 작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민영화가 예정된 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가 누구와 짝을 짓느냐에 따라서 은행권 순위는 크게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누가 먼저 치고 나올지 서로를 주목하고 있다.

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키를 손에 쥐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이다. KB는 외환은행이나 시장에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투자증권 등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인수할 여력도 충분하다.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이다. 10월 초 블룸버그 통신은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지원 속에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에서 1년 내에 매각하고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KB는 지난 2006년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론스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바 있다. 이후에도 KB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고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론스타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상대는 사실상 KB밖에 없기도 하다.

KB가 외환은행 인수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그 순간 우리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들도 몸 불리기에 자동으로 따라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도 향후 금융권 판도 변화의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정부는 예보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73% 중 경영권과 관련된 50%를 제외한 23%를 먼저 매각하기로 하고, 그중 7%를 11월 중 매각할 예정이다. 경영권과 관련이 없는 이번 매각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은행 민영화 의지를 살필 수 있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정권에서 은행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민영화의 전초전 성격인 이번 소수 지분 매각 성사를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은행 민영화 의지가 지분 매각 실현으로 확인되고, KB가 몸 불리기에 나서는 순간 신한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 지주는 생존을 위해 합병·매수전에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한금융지주회사 고위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지만 누군가 먼저 뛰쳐나오기 전에는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는 없다. 다만, KB가 돌을 드는 순간 다른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인수·합병 작업에 나설 것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먼저 치고 나오는 듯했던 하나금융지주도 합병·매수전을 위해 지난 10월 초 대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일단 ‘해프닝’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10월23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종렬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1조~2조원대 유상증자설은 해프닝이었다. 앞으로 구체적인 딜 구조가 나와 투자자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증자를 검토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은행가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시나리오는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이다. 이 시나리오의 문제점은 인수 주체로 나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돈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주식 교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도 “돈을 주고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할 만한 곳이 현실적으로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시가평가액은 13조원 정도이다. 이 중 50%를 인수하려면 7조원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하나금융이든 신한금융이든 우리금융지주와 주식 교환 방식으로 몸을 섞게 되면 정부 지분이 희석되면서 민영화 작업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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