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은 민주당, 여권 독주에 제동 걸고 야권 통합도 ‘탄력’
  • 김지훈 | 서울신문 기자·김영화 | 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09.11.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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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향후 각 정당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나라당에게는 전패보다 뼈아픈 완패였다. 지금의 당 체제로는 힘들다는 것을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심이 경고했고, 여권이 본격적으로 제기할 세종시 수정론과 4대강 사업 등도 상당 부분 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당장 조기 전대론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개혁 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 21’은 10월29일 “민심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과 당 쇄신을 요구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조속한 쇄신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각 계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직후처럼 조기 전대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수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주요 기반인 수도권 두 곳에서의 패배는 이 지역 의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마지막으로 민심을 가늠할 계기였던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깊이 각인시켰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전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위기의식은 곧바로 지도부 교체, 즉 조기 전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기 전대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친이계, 친박계, 이재오계 등 당내 계파들이 조기 전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섣불리 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재·보선 후 세종시 수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민심을 고려해 신중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당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은 4대강 사업 역시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불만의 목소리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10ㆍ28 재·보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앞으로 여권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견제 야당의 역할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일단 연말 정기국회에서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예산안 심사, 효성그룹 비자금 부실 수사 의혹을 대여 공세의 고리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재·보선 다음 날인 10월29일 세 사안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강조한 것을 보면, 공세의 수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북 증평ㆍ진천ㆍ괴산ㆍ음성에서의 압승을 밑거름 삼아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미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와 연계 방침을 천명한 바 있어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면 여당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길게 보면 민주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결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당내에서는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의 연패가 현실화함에 따라 지방선거를 노리는 정치 신인들이 민주당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민주당이 20% 중반대의 안정적인 정당 지지도와 재·보선에서의 잇따른 승리로 야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야권 통합 작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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