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히 쌓인 ‘시름’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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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유장훈

거리로 나왔다. 길가에는 쌀 포대를 수북이 쌓아놓았다. 지난 10월30일 경기도 여주에서 있었던 ‘야적투쟁’ 현장이다. 애지중지하며 수확한, 자식 같은 쌀 포대이다. 그런데 기껏 지은 농사가 허사가 되게 생겼다. 쌀값이 폭락했다.

인건비는커녕 농약 값, 비료 값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보다 몇만 원이 더 떨어졌다.

‘자식 대학 등록금’ ‘농자금 상환’, 농부의 시름은 그치지 않는다.

쌀 포대를 한참 바라보던 농부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인다. 농부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고 불을 붙인다.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마시는가 싶더니, 이내 한숨과 함께 허공으로 내뿜는다. 농부의 시름도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생산비만큼 쌀값을 보장하라”라는 것이다.

들녘은 풍년이었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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