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의 변화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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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변한 것이 확실합니다. 10·28 재·보선 결과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이명박 정권의 중도 실용 노선에 대해 민심이 엄중하게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다르게 봅니다. 오히려 중도 실용 노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패했다고 판단합니다. 후보들이나 공천 행태만 보아도 중도 실용 노선과 맞지 않았습니다. 수원 영통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박찬숙 전 의원을 수원 장안에 공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현 정권이 내건 중도 실용 노선은 말이나 선언을 넘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지 않습니다. 중도 실용이라는 용어 자체가 나온 배경이 그렇습니다. 여권 내 소장 개혁파들이, 원로 그룹들이 장악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점령한 진지 하나가 바로 이 용어입니다.

하지만 중도 실용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여권의 인적 체제가 갖추어졌습니다. 청와대, 내각, 공기업 등에 수많은 사람이 포진했지만 이들은 ‘중도 실용’ 철학으로 무장해 있지 않습니다.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니 당연히 대처법도 다릅니다. ‘김제동 퇴출 논란’, 각종 권력 기관들의 사찰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중도 실용과 걸맞지 않는 이러한 퇴행적인 논란들은 또 제기될 것입니다. 구조가, 인적 배치가 그렇게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중도 실용 철학이나 정책이 쉽게 구체화하기 힘든 배경이기도 합니다. 민심은 이런 측면에서 ‘치사하게 하지 말고 시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좀 일하라’라는 매운맛을 보인 것입니다.

물론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 논란도 선거 결과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책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도 그 과정에서 정권이 보여준 난맥상이 더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종시 수정 논란이 그렇습니다. 총리실과 당과 청와대, 정부의 말이 일치되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재·보선에서 나타난 수도권의 민심 변화는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은 과거보다 훨씬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여권에게는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낙엽과 같습니다. 이미 수도권 유권자들의 밑바닥 민심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여권이 변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 때 가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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