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사에는 초당적으로 접근하라
  • 염재호 │ 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09.11.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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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출범 1년 만에 정부 혁신, 지방 분권, 노사 관계, 동북아 경제 중심 등 총 2백53개에 이르는 로드맵 과제를 선정했다. 어느 면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는 기존 한국 사회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보겠다는 혁명적인 발상으로 로드맵을 추진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로드맵도 많았고, 추진 과정에서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힌 로드맵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에는 정부 혁신 로드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의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로드맵은 정치적 쟁점의 대상이 되어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거나 아예 용도 폐기된 것들도 많다.

왜 우리 정치가들은 국가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지 못하는가? 집권당이건 야당이건 국가와 민족은 하나인데, 왜 거대한 국가의 당면 과제를 같이 풀어보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21세기에 들어와 새로운 한국의 틀을 짜기 위해 초석이 되는 많은 메가 프로젝트들이 요즘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들이 본질은 논외로 하고 단순히 여야의 정치적 쟁점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노무현 정부가 다양한 국정 과제에 대해 촘촘한 로드맵을 만들어 국민 앞에 제시했다고 하면, 이명박 정부는 큼직한 메가 프로젝트들을 국민 앞에 던지고 있다. 지금은 행정수도를 분할하는 세종시 건설 프로젝트가 한창 논란이 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개헌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구역 개편 프로젝트도 기다리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논란이 되었던 4대강 사업 프로젝트, 녹색 성장 프로젝트, 과학비즈니스벨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현재 동시에 계획되고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모두 이번 정부에서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메가 프로젝트들이다.

사실 개헌이나 행정수도 분할과 같이 나라의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메가 프로젝트들은 우리나라 미래의 명운을 좌우하는 획기적인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런 메가 프로젝트들이 모두 정쟁의 대상이 된 채 표류하고 있어서 그 득실의 합리성에 대한 분석이나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메가 프로젝트인 만큼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각 당은 정치적으로 꼼꼼히 따져볼 것은 따져보고 국민들에게 동의와 설득을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많은 메가 프로젝트가 비전과 합리성을 전제로 논의되기보다는, 정치가들에게는 정파적 이해와 정치 전략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좌우하는 메가 프로젝트는 이제 정치적 쟁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통일 프로젝트에도 여야가 당연히 한마음이 되어야 하고,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난 다음 이제 새로운 헌법의 틀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정치적 지혜를 보였으면 한다. 메가 프로젝트는 여야가 비전을 공유하고, 합리적으로 추진 방식을 논의하고, 불확실성과 비효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문제가 풀렸으면 좋겠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메가 프로젝트는 단기적 이해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초당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우리 후손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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