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을 조여오는 무서운 ‘공공의 적’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11.17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흡연 등이 원인, 환자·사망자 급속히 늘어…신종플루 위험에도 취약

▲ 40세 이상, 특히 흡연자는 특별한 증세가 없어도 정기적으로 폐기능을 검사해야 COPD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 30년 동안 택시 기사로 일해 온 김경수씨(55)는 잦은 기침과 가래에 숨까지 가빠졌다.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가벼운 목감기라고 생각했다. 증세가 1년 동안 사라지지 않자 최근 큰 병원을 찾았다. 폐기능 검사를 받고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판정을 받았다. 매일 한 갑씩 20년 동안 피워온 담배가 원흉이었다.

흔히 숨통이라고 부르는 기도가 좁아져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 COPD이다. 숨이 잘 통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폐기능이 악화되면 사망한다. 특히 요즘처럼 독감이나 신종플루가 유행하면 COPD 환자는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문진욱 연세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 곤란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위급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COPD 환자에게 독감 백신과 폐렴 백신 접종은 기본 지침으로 정해져 있다”라고 말했다.

COPD는 향후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할 질병으로 꼽힌다.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 10월 초 60세 이상 2백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중 17명이 COPD 추정 환자로 밝혀졌다. 1997~2006년까지 10년 동안 COPD로 입원한 환자는 49%나 증가했다.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COPD로 인한 사망자 수가 1983년 1천2백29명에서 2004년 5천4백64명으로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40년 동안 심혈관질환과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COPD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심혈관질환,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4위인 COPD가 2020년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보다 무서운 질환이 되는 셈이다.

초기 증세가 없거나, 있어도 가벼운 감기 증세와 비슷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다. 오랜 기간 동안 기침과 가래가 생기면서 점차 호흡 곤란이 동반된다. COPD 확진을 받으면 이미 폐기능의 50% 이상이 손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증세를 방치하면 입술과 손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난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급감한다. 운동은 물론 청소, 출근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지장이 생긴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해지면 탈진과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 꾸준히 하는 것도 예방법

기침이나 호흡곤란 증세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COPD 환자 중 72%는 폐기능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박성수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회장(한양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45세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COPD를 앓고 있다. COPD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이지만 인지도가 낮아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라며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COPD의 적은 흡연이다. 환자의 80~90%가 흡연자이다. 흡연자의 15% 정도가 COPD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오염된 공기, 가스, 특정 직업, 유전적 요인도 있다. 유해 물질에 노출되거나 폐에 압력을 가하는 직업군인 광부, 건설 노동자, 금속 노동자, 면직 노동자, 유리공, 관악기 연주자, 성악가 등이 COPD에 취약하다. 폐를 보호하는 알파1-안티프립신(a1-antitrypsin)이라는 효소가 유전적으로 결핍된 사람은 젊을 때부터 COPD에 걸릴 수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COPD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하루에 한 갑씩 10년 동안 담배를 피웠거나, 금연했더라도 40세 이상이라면 매년 폐기능 검사를 받아 폐의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기능은 20대에 피크를 이룬 후 점차 감소한다. 그렇지만 COPD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기는 것은 병을 키울 뿐이다”라며 진료의 중요성이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폐활량계라고 알려진 스파이로미터(spirometer)라는 장비로 폐기능을 검사한다. 일반 의원이나 보건소에는 보급률이 낮으므로 종합병원을 찾는 편이 바람직하다.

COPD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약물 등으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정도가 최선이다. 항콜린제와 같은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해서 기관지를 수축시키는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차단한다. 기관지 확장제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급성 악화 시기에는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항염증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산소요법도 있다. 동맥 혈액에 저산소혈증이 지속되거나 폐성심(폐동맥의 혈관 저항이 커져서 우심실에 부담이 늘어난 상태)이 초래된 경우에 산소를 투여한다. 장기적인 산소 투여는 만성 호흡 부전, 저산소혈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도 약물이므로 의사로부터 산소량을 반드시 처방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도 산소를 투여할 수 있다. 급속도로 악화된 경우에는 정맥 절개술이나 공기주머니 제거술 등 외과적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COPD 환자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말고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두어 활동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하루 이상 여행을 하는 경우라면 휴대 물품을 의사와 상의해야 하며, 의사나 보호자와의 연락을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그러나 흡연자라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 또,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연 서울시북부노인병원 내과 과장은 “직접 흡연은 물론이고 간접 흡연도 COPD의 원인이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므로 금연이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이다.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서 평소 건강한 폐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