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자 ‘짐’이 된 아버지의 이름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11.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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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5대 아킬레스건’ / 육영재단·최태민 목사 건·정수장학회·‘얼음 공주’ 이미지 등 ‘부담’…최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친일인명사전> 등재로 곤혹

▲ 11월8일 한 보수 단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등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버지는 경제 성장을 위해 노력하셨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중략)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

지난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했다. 박 전 대표가 인사말을 직접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유족을 대표해서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해왔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아버지를 기리며 ‘복지’를 언급했다. 2012년 대권 가도를 염두에 둔 전략적인 포석으로 분석하는 견해가 많다. 복지에 대한 강조는 박 전 대표의 현 이미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받고 있는 ‘친(親)서민’ 정서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버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애써 자제해왔으나, 향후 이 문제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이미 자신의 향후 대권 가도에서 악재가 될 만한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에게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존재는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최대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지난 11월8일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이 등재된 것 또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몹시 부담스런 대목이다. 향후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공격하는 빌미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만씨가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사전에서 빼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막판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그 때문이다.

여동생 근령씨와의 여전한 불화 역시 박 전 대표에게는 계속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추도식에도 근령씨 부부는 예상대로 불참했다. 지난해 10월, 14년 연하의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와 결혼을 해서 화제가 된 근령씨는 지난 10월14일 통일교 국제합동결혼식에서 또 한 번 결혼식을 치러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근령씨는 지난해 결혼식 주례를 스님이 맡을 정도로 평소 불교 신자로 알려져왔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해 “(통일교 결혼이라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된다. 제발 조용히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근령씨는 최근 창립된 사단법인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의 총재에 취임하기도 했다. 남편 신씨의 정계 입문설도 꾸준히 나돌고 있다. 신씨는 결혼 전부터 자신이 한나라당 중앙당 전국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력을 들어 “공당의 당원이 된다는 것은 당연히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형제간 다툼’으로 시끄러웠던 육영재단 문제 역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는 근령씨와 지만씨 간의 다툼 속에 박 전 대표는 애써 뒤로 빠진 양상이었다. 하지만 맏이인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는 없는 형편이다. 차기 대권으로 가는 도정에서 육영재단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친박계 내부에서도 많이 제기되어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박 전 대표측에서 이 문제에 개입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육영재단 문제에 측근 통한 적극 개입 움직임 포착돼

▲ 지난 8월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왼쪽)이 추모의 글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최근 <일요신문>은 ‘육영재단 사태 해결에 박 전 대표측이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라고 보도(11월1일자)했다. 2007년 박 전 대표의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두 명의 핵심 측근이 지난 9월 육영재단의 새 이사로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사들은 육영재단에 출근하는 것은 인정했지만, 박 전 대표가 거론되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워했다. 반면, 육영재단 내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재단 업무에 복귀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분석했다. 육영재단 주변에서도 사태 해결의 열쇠는 역시 전임 이사장인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박 전 대표가 또다시 육영재단 분규의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은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우리가 막아야 할 박 전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최태민 목사 건이었다. 상대편에서 가장 네거티브하게 접근했다. 이미 최목사는 죽었지만, 그의 딸과 사위가 여전히 박 전 대표 주변에 있다는 폭로가 불거지면서 정말 정신없이 이 문제의 확산을 막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은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최목사의 사위 주변도 정리했다. 다음 선거에서도 ‘재탕’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이미지를 흠집 낼 수 있는 호재로 활용하려 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목사의 사위인 정 아무개씨의 이름은 지금도 친박계 주변에서 곧잘 거론된다.

2007년 경선 당시 불거진 박 전 대표의 대표적인 아킬레스건은 최목사 건과 함께 정수장학회 문제였다. 정수장학회 문제 역시 박 전 대표에게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최필립 이사장이 여전히 정수장학회에 남아 있는 한 그렇다. 그는 지난 1970년대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공보비서관을 맡으며 당시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전 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한 인물이었다. “사실상 대리인을 내세운 것일 뿐, 실질적인 소유주는 여전히 박 전 대표이다”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제981호(2008년 8월6일자)에서 국회의원들의 고액 후원금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최이사장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가족들을 총동원해 박 전 대표에게 총 2천5백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졌다. 개인 한도 내에서 1회에 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백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와 최이사장 간의 끈끈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에 몸담았던 한 고위 인사는 박 전 대표를 향해 “그녀의 단점은 자라온 환경이나,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온 것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스킨십이나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차가운 이미지는 박 전 대표의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이 인사는 또 “지난 경선 때 상대방에서 툭하면 떠드는 얘기가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이었다. 다음 선거 때도 반복될 수 있는 공격거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공주님’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친박계 내부에서 자주 거론되었다. 은밀히 ‘이미지 메이킹’ 모임이 구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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