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푸는 ‘제3의 길’
  • 성병욱 │ 현 언론인 ()
  • 승인 2009.11.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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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의 앞길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재미를 좀 보았다지만,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은 처음부터 국가적 분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수도권의 거센 반대에도 대선 결과 충청권의 캐스팅 보트를 더욱 의식하게 된 정치권을 볼모로 제정된 충청권 신행정수도건설법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 ‘서울=수도’라는 관습헌법을 회피하는 방책이 바로 수도 분할, 대통령부 등은 빼고 국무총리실과 대부분의 중앙 행정 부처를 충남 연기·공주로 옮기는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법이다. 

표면적으로 수도 분할의 비효율을 공식 제기한 사람은 정운찬 총리이지만 그것이 정총리의 개인적 소신 표명일 수는 없다. 이대통령측과 사전 협의가 있었거나 최소한 대통령의 고민을 헤아린 발언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상당히 예산 투입이 진행된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경제 도시로 바꾸려면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 외에 법 개정이 따라야 한다. 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서 민감한 법을 고치려면 한나라당의 단합이 긴요한데 세종시법 제정 때 불 반대 당론을 이끈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임을 내세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의 반대보다는 오히려 여당 내 자중지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세종시 문제 해결의 성패가 걸린 모양새이다.

수도 분할의 재앙적 비효율성과 자족 도시 실패를 걱정하는 수정론도 충분한 근거가 있고, 약속 이행과 신뢰 정치를 내세우는 원안 고수론에도 명분이 뚜렷하다. 

이렇게 명분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수도 분할 같은 중대 문제를 결단하는 길은 국민의 뜻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를 오래 앞둔 상황에서 단기간에 국민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여론조사와 국민투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데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새로운 자족 도시 비전 마련 및 설득 과정이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여론조사가 진행되겠지만 그렇게 하고도 각 진영 간에 절충이 안 되면 국회를 중심으로 모든 진영이 합의할 수 있는 공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해볼 수 있다. 각 지역별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표본이 큰 조사라야 한다. 그 결과를 놓고도 여당 내에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국민투표뿐이다. 국민투표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국민투표 대상이 되느냐는 논란에서부터 불가피하게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어 부결이라도 될 경우 세종시법 수정 포기로 끝나지 않는다. 또, 국민투표가 가결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투표에서 이긴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고수 주장을 압도하는 명분과 법 개정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양심상 내키지 않는 행복도시법의 시행을 대통령 임기 중 보류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투표까지 가지 않고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당 내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이나, 정부가 그 정도의 결단과 각오 없이 이 난제를 뚫고 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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