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잘 구축된 ‘레포츠 천국’으로 ‘그린 올림픽’ 성화가 달리고 있다
  • 밴쿠버·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11.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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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현장 /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이민자들, 축제 준비에 한마음

▲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성화 봉송이 시작되면서 올림픽 열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아이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지금 캐나다는 겨울 스포츠 최대 행사인 동계올림픽 준비에 분주하다. 그리스를 출발한 성화가 지난 10월30일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의 주도인 빅토리아 항구에 도착하면서 올림픽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스키를 본 따 만든 성화는 북극권을 포함한 캐나다 전역을 돌아 내년 2월12일 개막식이 열리는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 도착하게 된다. 1만2천명의 주자가 4만5천㎞를 달리는 대장정이다. 한국인으로는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 선수가 이미 토피노에서 성화를 옮겼고,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기대되는 김연아 선수도 오는 12월19일 해밀턴 도심을 달릴 예정이다.

성화 봉송 일정에 맞추어 미리 가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현장은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올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다. 인구 1백20만명인 밴쿠버는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가장 큰 도시이다. 앞쪽으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뒤쪽으로 코스트 마운틴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이민자들이 몰려와 다문화를 형성한 지역답게 다양한 민족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에 나설지 여부도 시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고 한다. 원주민 네 부족이 대회 호스트로 참여한 것도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밴쿠버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해 쇼트트랙, 컬링, 아이스하키 등 빙상 경기가 열린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각종 경기장은 대부분 새 단장을 마쳤다. 주목되는 부분은 ‘그린 올림픽’을 구호로 내건 만큼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인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의 경우 건물 천정을 버려진 목재를 잘라 엮어서 꾸몄다. 쓸모없다고 여길 법한 폐목을 활용한 것이다. 16개 건물에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도 재활용 소재로 만든 유리와 카펫을 사용했다. 또,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빗물을 모아 화장실에 이용하는 시설도 갖추었다.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BC플레이스는 27년이나 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환경 보호 위한 장치와 휘슬러 스키장 등 눈에 띄어

▲ 휘슬러는 여섯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아직 스키장이 개장하지 않아 곤돌라는 운행하지 않고 있다.

알파인 스키와 노르딕 경기 등 실외 경기는 휘슬러에서 열린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밴쿠버와 휘슬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회이다. 밴쿠버에서 씨 투 스카이(Sea to Sky) 고속도로를 타면 2시간가량 걸리는 휘슬러는 세계 최고의 스키장 중 하나로 유명하다. 쌍둥이처럼 마주하고 있는 휘슬러와 블랙콤 산에는 2백여 개의 슬로프가 있으며, 최장 슬로프는 11㎞에 이른다. 휘슬러는 마을 자체가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졌다. 거리 곳곳에 과거 올림픽 개최지와 활약한 선수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리조트 개발 자체가 1968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후 다섯 차례나 유치 경쟁에서 탈락해 고배를 마셨다. 1976년에는 몬트리올 올림픽이 확정되면서 물러서야 했고, 1988년에는 캘거리에 밀렸다. 휘슬러는 캘거리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했다고 한다. 유치 경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체계적으로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한 것이다. 20년 뒤를 내다본 이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대도시로서 인지도가 높은 밴쿠버와 연대한 것도 유치 경쟁에 힘을 보탰다. 도시명을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방침에 따라 명칭에서 빠졌지만, 대신 휘슬러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오랜 꿈을 이루었다.

휘슬러 관광청 관계자는“이번 올림픽을 위해 새로 지은 호텔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이미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IOC에서도 이러한 점을 눈여겨봤고, 결국 휘슬러를 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휘슬러의 성공은 강원도 평창에 첫 번째 실패를 안겨주었다. 세 번째 도전을 준비 중인 평창에 휘슬러의 5전6기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갖추었느냐에 있는 셈이다.

스키장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휘슬러에는 겨울뿐 아니라 4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레포츠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래프팅과 산악자전거가 대표적이다. 케이블에 몸을 실어 숲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지프트랙 에코투어도 스릴 만점이다. 80km의 속도로 5개 라인을 완주하는 데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휘슬러 관광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레포츠 천국’으로서 휘슬러의 명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밴쿠버 섬에 위치한 영국풍의 아름다운 도시 빅토리아는 경기가 열리는 곳은 아니지만 고풍스러운 도시 경관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관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부차드 가든은 이 지역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16만평 부지에 전시 공간만 6만7천평으로, 한강 밤섬 규모의 초대형 정원이다. 매년 7백여 종의 화초 100만 송이도 새로 심어지며, 연간 관람객 수도 100만명에 이른다.

주 의사당 앞 항구에서 출발하는 고래 관찰 투어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고속 보트를 타고 태평양으로 1시간가량 나가면 눈앞에서 야생 고래의 멋진 쇼를 감상할 수 있다. 빅토리아에서 출발한 성화가 거쳐 지나간 밴쿠버 섬 동쪽 해안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 즐비하다. 이 중 유기농 커피와 각종 치즈를 맛볼 수 있는 코위찬과, 마을 전체가 벽화로 꾸며진 슈메이너스는 빠뜨릴 수 없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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