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빠져 허우적대 는 국회 예산 심의 ‘뱃길’은 누가 여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11.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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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토지보상비, 정부 예산안보다 4배 이상 늘어날 것”… 여권 “민주당 반대는 돈 아닌 정치적 문제 탓”

▲ 심재철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맨 오른쪽)과 소속 의원 10여 명이 11월18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경기도 여주 이포보 건설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국회가 ‘4대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새해 예산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지만 여야 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 논란의 중심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놓여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 내역이 부실하다며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료가 충분하다며 민주당이 예산 발목 잡기에 나섰다고 비판한다. 양당 원내대표가 2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담을 갖기도 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전망은 극히 어둡다. 우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부터가 극명히 다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야당은 지금 돈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4대강을 막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는 시점인 2012년이 대선 시기라는 점을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 내역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다만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측은 기존의 정부 예산안에 비해 실제 사업 예산이 많게는 4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도 예산안 처리는 1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법정 시한이 12월2일이지만 이 날짜가 제대로 지켜진 적은 드물었다. 2002년에만 11월8일에 조기 통과했을 뿐 이후 2007년까지 매년 12월27일을 넘겼다. 경제 위기가 몰아닥친 지난해에는 그나마 12월13일로 상대적으로 빨리 처리된 편이었다.

올해의 상황은 더욱 어둡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에 ‘4대강 살리기 사업’ 항목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은 채 기존의 ‘국가 하천 정비 사업’ 항목에 관련 예산을 포함시켰다. 당초 국토해양부는 두 사업을 분류하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매 사업마다 그럴 수 없다”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천별 사업 비용도 들어 있지 않아 순수하게 4대강 사업에 투입될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는 데 있었다. 논란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11월10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하천별·공구별로 시설비 및 토지 매입비 등을 밝힌 좀 더 구체적인 자료였다.

여야 시각 완전히 달라 심의 시작부터 삐걱

▲ 경기도 여주 이포보 건설 현장. ⓒ시사저널 유장훈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자료가 부실해 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예산 자료를 제출했지만 보 설치비, 생태 하천 조성비, 자전거도로 건설비 등 개별 공사에 얼마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물리적으로 예산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업의 예산 내역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실하다는 주장이다. ‘한탄강 홍수 조절 댐 건설 사업’ 예산안의 경우, 도급 공사비 내에 유수 전환 공사, 본댐 공사, 여수로 공사, 도로 공사 등 각 공사별로 예산 금액이 구분되어 적시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 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예산 삭감의 원천적 봉쇄를 위해 일부러 두루뭉술한 패키지 개념으로 내역을 작성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떤 사업이 할 사업인지, 또 한다면 책정한 예산이 적정한지, 어떤 항목에는 얼마를 투입해야 하는지 등의 판단이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이다. 이런 부실한 자료로는 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공구별 예산 계획을 깨알같이 작성해 제출했다. 자료가 없어서 심의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제출한 자료만으로도 심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도 “원래 예산 내역의 경우 대개 뭉뚱그려 낸다. 예전에 도로나 철도 사업 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부적으로 작성해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새해 예산안을 분석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포함한 국가 하천 정비 사업의 경우 포괄적으로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 국회의 심의가 불가능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생태 하천 조성 사업과 자전거도로의 경우 국가 하천 정비 사업의 성격과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4대강 사업을 위한 보상비가 정부 예산안보다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4대강 보상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북한강 5개 공구의 토지 매입비를 조사한 결과, 10월 말 기준 1천84억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이 구간에 대한 정부 예산 2백79억원보다 3.9배나 높은 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전체 보상비를 따져보면 1조원가량 잡혀 있는 토지 매입비가 4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4대강 사업 총 예산은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 3조5천억원,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 3조2천억원, 환경부·농림부·문화부 소관 예산 1조8천억원 등 모두 8조5천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고속철도 사업 등 과거의 예로 볼 때 공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사업 비용은 몇 배로 불어날 수도 있다. 이는 정부·여당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최단 기간에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환경’에서 좀 더 민감한 ‘돈’ 문제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논란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태로 간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명박 정부 최대의 게이트가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인목사는 “예산 심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예산부터 집행했는데, 이것은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이다. 돈 쓰는 것은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잘못하다가는 4대강 사업이 이 정부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뜨기는 했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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