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기업 월급 얼마나 되나
  • 이철현 (lee@sisapress.com)
  • 승인 2009.11.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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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시사저널>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상장 법인이거나 공시 대상인 업체 가운데 매출액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급여액을 조사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급여는 노동 용역의 대가이자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이다. 직장인의 업무 처리 능력과 영업 실적 기여도를 수치화한 지표이기도 하다. 기업은 조직 운영 전략에 맞춰 급여 보상 체계도 일치시킨다. 전략과 연동되다 보니 기업은 급여 보상 체계를 1급 보안 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근속 연수에 비례해 급여를 책정하던 방식을 일찌감치 없앴다. 개별 구성원마다 업무 능력과 기여도를 급여 책정의 결정 변수로 삼고 있다. 해당 사업본부 실적에 비례해 기본급 못지않은 성과급을 일시에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다가오면 기본급의 50~100%에 이르는 성과급 금액에 직장인들의 관심이 쏠린다. 성과급 액수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입사 동기라고 하더라도 사업부가 다르면 연봉액이 1천만원 넘게 차이 난다. 개인 급여액과 급여 보상 체계를 기밀로 분류하다 보니 직장인들은 입사 동기나 부서 동료가 얼마나 받는지 모른다. 직장 동료나 외부에 급여 관련 사항을 발설하는 행위는 사규로 금지하고 있다. 그만큼 급여 보상 체계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이제 급여 보상 체계는 불가측의 영역이 되었다.

<시사저널>은 직장인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한 국내 대기업 급여 보상 체계의 비밀을 풀고자 했다. 우선 국내 상장 법인이거나 공시 대상 업체 가운데 100대 기업(매출 순위)을 선정하고 월평균 급여액을 조사했다. 올해 3분기까지 1인당 임금 누적액을 월 급여로 환산하고 이에 기초해 순위를 산정했다. 국내 증권가가 올해 상반기 성과급을 일시 지급했다. 이 탓에 증권 업종은 월평균 급여액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순위 왜곡을 보완하고자 지난해 월평균 급여액도 아울러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 나온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은 분기 내지 반기에 공시하는 사업 보고서에 적시된 것을 기초로 산정한 터라 과거 어느 조사보다 신뢰성 있는 급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1급 보안자료로 분류된 대기업 20곳의 임금 보상 체계 자료를 입수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급여 보상 체계를 기본급과 인센티브로 단순화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 업적 평가와 역량 평가 반영 비율을 높이되, 부서 실적에 기초해 갖가지 조직 인센티브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국내 대기업 급여 보상 체계를 밝혀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인 급여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국내 100대 기업의 월평균 급여는 4백73만원이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월 급여액이 높은 곳은 중공업·석유화학·증권·은행 업종이었다. 전력 공급 업종에 속한 공기업은 늘 속칭 ‘신의 직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월평균 급여액이 높았다. 공기업에 분류된 6개 업체 월평균 급여액의 평균치는 5백30만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조선업 활황에 힘입어 중공업 업종의 평균 월 급여액은 5백17만원으로 공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건설 업종이 4백93만원, 에너지 업종이 4백9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금융 업종은 4백87만원으로 상위권에 속했다. 증권 업종과 은행권은 높았으나 보험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계약직 사원이 많은 보험 업종 특성 탓으로 분석된다. 월평균 급여액이 가장 낮은 업종은 유통으로 3백만원을 넘지 못했다. 중공업·화학·건설·에너지·금융·통신 업종이 국내 100대 기업 평균을 넘었다. 반면, 유통·자동차·전자·철강·항공물류 업종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1인당 월평균 급여액이 5백만원을 넘는 기업은 증권사 3곳, 은행 4곳, 조선·중공업 업체 4곳, 석유화학 회사 4곳, 정유업체 3곳이었다. 발전 업종 공기업은 7곳이나 포함되었다. 이 밖에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월 급여 5백만원 클럽에 들었다. 생명보험업체로는 교보생명이 유일하게 5백만원 클럽에 속했다. 반면 롯데쇼핑, GS리테일, 신세계 같은 유통업체의 월평균 급여액은 3백만원 초반이거나 2백만원대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매장 점원이나 임시직 고용 비율이 높은 탓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경영난을 겪은 탓인지 전자업체로는 유일하게 3백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100대 기업 월 급여액 1위 기업은 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 평균 월 급여액은 6백83만원이나 된다. 지난 4월 성과급을 일시에 지급한 터라 월평균 급여액이 높아졌다. 더욱이 증권 업종은 회계 연도가 3월 말에 끝난다. 4월 성과급이 4~9월 6개월 동안 나누어 산입되다 보니 월 급여액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1인당 지급 총액은 3천4백만원에 불과해 월 급여액은 5백25만원이다. 2008년 월 급여액 기준으로 하면 34위로 떨어진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4~9월 1인당 3천9백만원을 받아 월 급여액이 6백50만원이나 되었다. 지난해 월 급여액도 6백33만원이나 되어 전체 순위는 여전히 2위를 지켰다.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직원들은 지난해 월평균 6백58만원이나 받아 지난해 월 급여액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여천NCC는 지난해 매출 6조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4.5% 성장했으나 영업적자 2천7백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업체가 가장 높은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공기업 가운데 월평균 급여액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 6백만원이 넘었다. 지역발전업체인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의 월평균 급여액도 5백만원이 넘는다. 한국전력공사(한전)도 5백33만원이나 된다. 한전은 지난해 월평균 급여액 기준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가스공사는 5백7만원으로 5백만원 클럽에 턱걸이했다. 공기업 급여가 높은 것은 틀림없지만, 근속 연수까지 감안하면 상위 20위 안에 드는 공기업은 없다.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되는 탓에 이직이나 퇴직이 적다 보니 근속 연수가 높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 평균 근속 연수는 11.4년이었으나 공기업은 15년이나 되었다. 신입사원이나 외부 영입 인력보다는 입사와 함께 오랫동안 근속한 직원 비율이 높다 보니 급여도 아울러 올라간다.

 

 

은행권은 외환, 전자는 LG전자, 통신은 SK텔레콤 ‘최고’

은행권에서는 한국외환은행이 5백82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한국씨티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5백50만원을 넘었다. 국내 은행 랭킹 1위를 다투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한은행은 5백30만원으로 25위에 머물렀고, 국민은행이 4백86만원으로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의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4백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에너지업체로는 GS칼텍스가 4백86만원으로 17위이고, 중공업 에서는 두산중공업이 18위로 가장 높았다. 건설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각각 10위와 12위로 상위권에 포진했다. 전자 업종에서는 LG전자가 5백38만원으로 삼성전자(4백41만원)보다 높았다. 삼성전자 급여액에, 연말에 일시 지급하는 이익분배형 성과급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기본급의 50~1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반영하면, 삼성전자 월평균 급여액은 6백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 성과급까지 반영되면 삼성전자는 상위 5위에 들어간다.

통신 업종에서는 SK텔레콤이 5백3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KT에 통합된 KTF가 4백97만원으로 평균치를 넘었으나 LG텔레콤은 4백31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삼성화재나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같은 화재보험업체의 월평균 급여액이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화재만 4백95만원으로 36위에 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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