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북핵, 실타래 풀까
  • 김동현 |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 ()
  • 승인 2009.11.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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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들어 첫 북·미 양자 대화 곧 열려…북한이 꺼내놓을 ‘카드’에 관심 집중

▲ 지난 3월9일 방한한 보스워스 미국 대북 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성 김 미국측 6자회담 특사. ⓒ연합뉴스

미국의 보스워스 대북 정책 특별대표가 12월8일 평양을 방문한다. 그동안 대북 정책의 기본 목표와 접근 방법 등을 놓고 1년 가까이 시간을 끌어오던 오바마 행정부가 비로소 북한과 첫 번째 직접 대화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지는 북·미 양자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볼 때, 양자회담이 한 번 거칠 수밖에 없는 필수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0월5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조미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했다”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 말은 양자회담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면서, 일단 양자회담으로 미국의 입장을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북한이 이해할 수 없는 조건에서는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몇 달간, 특히 8월 클린턴이 방북한 이후 미국에 보내온 유화적 제스처들(미국 내 전문가들은 ‘Charm Offense’라 부름)로 보아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 양자 대화를 주축으로 비핵화 문제를 다루어보겠다는 의도가 확실한 이상, 보스워스의 방문을 일회성 대화로 끝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도 이를 매우 관심 있게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스워스의 방북 계획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는 자리에서 직접 발표한 것은 과정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직접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보스워스의 방북을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이유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당장 대두되고 있는 두 가지 문제는 북한과 이란이다. 여러 면에서 이란은 북한 핵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우선적으로 북한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보스워스가 방북하면 강석주 제1부상과 만날 것임을 북한이 약속했다. 강석주 부상은 1999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클린턴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갔을 때와 2000년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부시 전 대통령 특사로 갔을 때도 이들과 회담을 했었다. 반면, 부시 행정부의 힐 차관보는 평양을 두 번 방문했으나, 북한의 6자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하고만 회담을 했다. 보스워스의 방북이 늦어진 이유 중의 하나가 ‘실세’인 강석주 부상과의 만남이 확정되지 않았던 사정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현재 가장 적임자이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보스워스 대표이다. 그는 지난 2월 대북 정책 대표로 일찌감치 임명된 후 6자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왔다. 그는 비록 업무 성격상 국무성 동아시아국에 속해 있지만, 차관보나 부장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무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그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사무총장(1995~97년)과 주미 대사(1997~2001년)를 역임해 남북 문제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말이 적고 매사에 신중하며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중량감 있는 정통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보스워스,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부여받았을 듯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실세 측근’으로 알려진 강석주 제1부상(왼쪽). ⓒ연합뉴스

이번 보스워스 방문은 1박2일(혹은 2박3일) 예정이며, 방문단 규모는 4~5명 정도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은 일본까지 민간 항공편으로 가서 일본의 요코다 미 공군기지에서 6~7인승 C-21 소형 항공기편으로 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방문단에 꼭 포함될 단원들 중에서는 우선 성 김 6자회담 특사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계인 성 김은 2008년 7월 대사급 특사로 상원의 인준을 받은 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 같은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밑에서 국무부 한국과장(2006~08년)을 역임했고, 그 이전에 주미 대사관에서 정치군사담당 과장으로 근무했다. 모든 공사 참사급 미국 외교관들이 그렇듯이 그도 자기 직책에 충실하며, 상부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는 스타일이다.

다음으로는 국무성 한국과장 커트 통이나 한국과 북한 담당자인 에릭 리처드슨이 가게 될 것 같다. 통 과장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담당 대사 대리 업무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리처드슨만 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무성 외의 부처에서는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아시아 담당국장인 데니스 럿셀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럿셀은 국무부에서 일본과장을 지냈다. 그는 NSC 아시아 선임국장인 제프리 베이더(국무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와 NSC 아시아 국장 역임한 중국 문제 전문가) 밑에서 일본과 한반도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그 밖에도 국방부 장관실 소속 월리스 그랙슨(해병대 퇴역 중장) 차관보가 맡고 있는 국방부 아태지역국에서 한 명, 그리고 합참의 정책국장(J-5) 존 로버트 해군 소장이나 그의 대리인 등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나 합참은 전쟁 억제를 우선으로 여기고, 북한과의 핵협상이 미국의 방위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인다. 

방북 대표단이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가지고 갈 ‘보따리’는 국무부 한국과에서 초안을 만들고, 국무부 내 무기확산방지국 등 동아시아국 외 관련 부서의 회람 협의를 거쳐 백악관, 국방부 등과 사전 조율을 거치게 된다. 백악관 NSC에도 확산담당 부서가 있어 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백악관의 대량살상무기조정관 게리 세이모의 역할도 크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는 부시 행정부 1기와는 달리 북핵 문제를 놓고 부처 간의 마찰이나 잡음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의 행동을 지켜본 행정부 관리들이나 연구 기관 전문가들 대개가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첫 번째 북·미 접촉을 위한 발언 내용과 방문단의 행동 강령에 해당하는 방문 훈령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2000년 켈리 특사 방북 때는 훈령이 엄격해서 사전에 허가된 발언문만 읽고 강석주의 우라늄 농축 시인성 발언만 듣고 그대로 돌아온 비화가 있다. 이번 방문단에 대한 지침도 사안의 중요성으로 보아 DC(NSC 부보좌관 주재 관계 부처 주무 국장회의)나 PC(관계 부처 장관회의)의 재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북·미 대화는 미국이 꺼내놓는 카드보다는 북한이 꺼내놓을 카드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보스워스 대표의 위치나 그의 능력으로 볼 때 북한이 어떤 돌출 제안을 하더라도 그가 그 자리에서 바로 즉석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을 것으로 짐작되어 회담 성패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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