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쌍벽’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12.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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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프로그램들에서 희비 엇갈리는 강호동·유재석

▲ 1. 의 진행을 맡은 강호동(왼쪽).2. 에 출연한 유재석. ⓒSBS


‘예능 전성시대’ ‘버라이어티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국민 MC 강호동·유재석 쌍두마차 체제에서 세력 균형이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재석이 주춤하는 사이 강호동이 치고 올라오면서 무게 중심이 강호동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강호동이 유재석을 눌렀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 MC에 대한 평가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변화 조짐은 시청률을 통해 먼저 확인할 수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간판이라 할 수 있는 KBS 2TV <1박2일>은 지난 11월22일 방송에서 TNS미디어 집계 기준 시청률 33.93%를 기록했다. 연기자와 매니저들이 복불복 게임을 펼치는 장면은 분당 시청률이 42.6%에 달했다. 매주 시청률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지난 9월6일 방송 이후 12주 연속 시청률 30%를 넘기며 일요일 예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대항마인 유재석의 SBS <패밀리가 떴다>는 주춤하고 있다. 11월22일 방송에서 시청률 17.8%(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하며 18.7%이던 전주에 비해 하락했다. 하락 폭은 작지만 현 시점 최고 아이콘인 애프터스쿨 유이와 2NE1 산다라 박이 게스트로 출연한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최근 방송에서 김종국이 참돔을 낚아내는 장면에 대한 조작 논란과 이에 대한 제작진의 불성실한 대응들로 이미지가 나빠졌다. 상대적으로 <남자의 자격>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시청률 하락세에 한몫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이 맞붙고 있는 토요일 저녁 예능은 유재석이 앞서가고 있다. 지난 11월21일 방송에서 <무한도전>이 15.8%, <스타킹>이 12.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한도전>이 유재석의 간판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지 않고, 이마저 전주에 비해서 낮아졌다. 최근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무한도전>이 예전 같은 시청률 우위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평일 저녁 예능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월요일 MBC <놀러와>, 목요일 KBS 2TV <해피 투게더>, 강호동이 진행하는 화요일 SBS <강심장>과 수요일 MBC <황금어장>이 나눠 가졌다. 

국민 MC 반열에 오른 강호동과 유재석을 프로그램 시청률만으로 재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시청률은 MC의 역량 외에도 소재, 완성도, 제작진의 역량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판도 변화를 가늠할 요소로 방송인으로서 이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동안 시청률에서 비슷한 성과를 냈음에도 강호동이 유재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온 것도 이미지 때문이다.

호감과 비호감이 공존하는 강호동의 이미지를 바꾼 것은 <1박2일>이 일반인을 등장시키면서부터다. 지난해 정체기를 맞았던 <1박2일>은 시청자들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팀별 대결에 일반인을 적극 참여시키면서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 가장 돋보였던 것이 강호동이었다. 그는 어린 아이부터 시골 촌부까지 촬영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을 프로그램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박2일> 나영석 PD는 “유재석이 삼성맨이라면 강호동은 현대맨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직선적이고 정교하지는 않지만 동료와 게스트 능력을 우직하게 뽑아내고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치고 나간다. 처음부터 방송인으로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 방송인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더 노력한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방송의 정석이라는 점도 안다. 이런 점이 일반인을 만나고 섞일 때 빛을 발한다”라고 평가했다.

강호동 상승세…유재석은 소속사와 방송사 간 힘겨루기도 ‘부담’

이런 점은 <무릎 팍 도사>에서 먼저 발현되었다. 안철수, 강수진 등 연예인이 아닌 게스트가 등장했을 때 더 좋은 평가를 받아온 것을 상기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프로야구 이종범 선수가 등장한 지난 11월25일 방송도 전주에 비해 3% 이상 오른 16.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릎 팍 도사> 박정규 PD는 “운동선수가 나왔을 때는 씨름선수를 한 경험으로 그들의 심리를 잘 읽는다. 다른 분야 전문가가 나왔을 때도 ‘난 잘 모른다’라는 캐릭터와는 안 어울리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재석의 이미지는 흔들리고 있다. 배려심 많고 친절해 주도권을 잡기보다 모난 돌들을 잘 끼워맞추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프로그램 외적인 요인들이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 시작은 <패밀리가 떴다>가 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이면서부터다. ‘김종국 참돔 낚시 사건’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에 분노한 시청자들은 유재석에게 확인을 요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유재석 이미지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재계약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소속사와 방송사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최근 유재석의 소속사 디초콜릿 이엔티에프는 연달아 <무한도전>과 <패밀리가 떴다>에서 그가 떠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두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빠진다는 것은 폐지 또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에는 MBC가 외주제작권을 넘기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밝히기도 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모두 확보하고 <패밀리가 떴다> <무릎 팍 도사> <스타킹> 등을 제작하는 등 예능 제국을 꿈꾸는 디초콜릿 이엔티에프가 시청자를 담보로 방송사와 힘 싸움을 시도한 것이다. 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유재석에게 최근에 벌어진 논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강호동과 유재석의 대결은 이제부터다. 둘에 대한 평가를 구분 짓던 이미지 차이가 희석된 만큼 지금부터는 프로그램 성과만이 국민 MC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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