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꿈의 직장이라고?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12.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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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예정자들에게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살인적인 근무 시간·치열한 경쟁 탓에 이직률도 높아

▲ 서울 삼성그룹 신사옥(위)은 밤 10시 이후에도 야근하는 ‘삼성맨’들이 많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삼성전자는 해마다 취업 예정자를 상대로 실시하는 갖가지 직장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곳’으로 어김없이 선정된다. 그러다 보니 입사 경쟁이 치열하다. 대졸 공채 시즌이 되면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곳이 삼성전자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입사에 성공한 이들 가운데 오래 다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2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국내 5백대 기업(매출 기준) 가운데 2백34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근속 연수는 100대 기업 근속 연수 평균치인 11.42년과 비교하면 4.22년이나 모자란다. 전자나 정보기술(IT) 업종에서 기술 변화가 격심하다 보니 인력 유출·입은 빈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근속 연수는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LG전자(8.45년)와 비교해도 1.25년이나 뒤처진다. 근속 연수가 짧은 가장 큰 이유는 살인적인 근무 시간과 숨 가쁜 경쟁 탓이다.

주성민(가명) 삼성전자 차장(40)은 3개월마다 있는 대학 동창모임에 늦기 일쑤이다. KT, LG화학, 국민은행, 산업은행에 다니는 동창들은 늦어도 오후 8시까지는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주차장은 9시가 넘어 도착한다.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늦어도 8시30분까지 회사에 도착한다. 팀장이나 부문장이 퇴근하는 것을 보고 회사를 나서면 오후 10시가 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탓인지 주차장은 아직 미혼이다. 그는 속칭 ‘삼성맨’인 데다가 명문대 출신이라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신랑감으로 선호하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주차장은 주말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회사에 붙어산다. 그는 “소심한 성격 탓도 있지만 연애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주차장처럼 회사에 붙어사는 이들을 삼성전자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주차장은 “삼성전자는 부서 실적과 개인 업무 능력을 평가해 급여부터 차등 지급한다. 정시 출퇴근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실적 따라 급여 달라…정시 출퇴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상일씨(31)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 재무팀을 그만두고 미국 금융업체와 합작 사업을 모색하는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이씨는 “삼성전자 급여 보상 체계는 직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무량이나 근무 시간은 입사 동기들과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부서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급여 차이가 큰 탓이다. 이씨가 입사와 함께 받은 기본급은 2천6백만원이다. 나머지 1천만원이나 되는 성과급은 부서 성과와 개인 업무 평가에 맞춰 차등 지급된다.

주차장의 연봉은 9천만원을 웃돈다. 모임에 나온 동창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동창들에게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주차장은 “연봉을 근무 시간으로 나누면 동창 8명 가운데 꼴찌이다”라고 말했다. 동창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는 동창과 달리 주차장은 밤 10시30분까지 회사로 복귀해야 했다. 당직이나 저녁 근무조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삼성전자맨’으로 살아남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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