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승리 ‘약발’ 6월까지 갈까
  • 김영화 |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09.1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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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에 나갈 민주당 후보 분석 / 서울은 한명숙 거취가 변수…경기에서는 김진표 움직임 활발

▲ 지난 10월28일 민주당 당사 재·보선 개표 상황실에서 민주당 당직자들이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내년 6월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대한 민주당의 기대감은 확실히 남다르다. 집권 여당 시절 두 차례 지방선거(2002년, 2006년)에서 한나라당에게 참패를 당했던 악몽을 설욕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승리는 민주당을 한껏 고무시키는 분위기이다. 자천타천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이미 한창이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은 벌써 현장에서 뛰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특히 뼈아파했던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 2’를 연거푸 한나라당에게 내준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선거에서 승리한 네 명의 전·현직 서울시장과 도지사들이 모두 대선 주자급으로 발돋움하면서 당세가 확장되었고, 이명박 전 시장은 대통령이 되었다. 특히 2006년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국정 동력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목표는 텃밭인 호남에서의 수성은 물론, 수도권에서의 권토중래이다.

역시 최대의 관심사는 서울시장 후보이다. 서울은 민심의 바로미터인 데다,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예비 길목으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당이 어떤 기준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치열한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만 10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판세가 안갯속이지만, 그동안 물밑 경쟁의 향방을 정하는 변수들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던 한명숙 전 총리의 거취이다. 한 전 총리는 최근 몇 달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당에 입당한 유시민 전 장관과 함께 유력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한 전 총리가 최근 “직접 나서기보다는 좋은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라며 주변 인사들의 출마 권유에 고사의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 경쟁이 조기 점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현재 잠재적 후보군 가운데 경선 레이스의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재선의 김성순 의원이다. 관료 출신으로 다섯 번의 서울 시내 구청장 재직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11월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섬기는 생활 행정으로 ‘시장의 서울’이 아닌 ‘시민의 서울’로 바꿔놓겠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최근 국회에서 2천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진 송영길 최고위원도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 소장파 그룹 ‘새벽21’ 소속이었던 40대 전·현직 의원들(정범구·장성민·김성호 등)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송최고위원은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들러리만 설 수 있다. 어떤 것이 당을 위한 길인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후보군에서 빠진 무렵에 ‘송영길 카드’가 등장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차기 당권 주자들이 한 전 총리가 떠난 빈자리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가 지역구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한 측근은 “한 전 총리가 빠지면서 당권 또는 대권으로 직행하느냐, 아니면 서울시장을 경유하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계륜·이계안 전 의원의 출마도 확실시된다. 386 세대 맏형인 신 전 의원은 1년 전부터 신정치문화원을 꾸려 준비해왔다. 지난여름 전국을 걸어서 종단했던 그는, 당내 386 정치인과 재야 출신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서울 탐방을 계속해 온 이 전 의원은 싱크탱크인 ‘2.1연구소’를 12월 초에 출범시키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2006년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던 그는 가장 ‘준비된 서울시장’ 후보임을 내세운다.

이 밖에도 김한길 전 의원, 박영선 의원, 열린우리당 시절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자천타천으로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당 밖의 야권 인사들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11월29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고,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경기지사 후보군으로는 김진표·원혜영·김부겸·이종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서울과 함께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를 핵심 승부처이다. 이 중에 당 최고위원인 김진표 의원의 행보가 가장 활발하다. 그는 11월30일 수원에서 사실상의 지방선거 출정식인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김의원측은 “경기도 토종이고 경제와 교육 부총리를 지내, 한나라당에서 빠져나온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라고 말한다.

부천시장 출신인 원의원은 “경기도 지역 자치단체장을 한 번 지낸 만큼 이와 비슷한 경기지사를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없다”라며 완곡하게 출마 고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가 경복고 4년 선배인 김의원에게 양보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원의원이 1년 전 생활정치연구소를 세워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키우고 있는 만큼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들보다 좀 더 개혁적인 성향인 김부겸·이종걸 의원도 출마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시장은 11월25일 출마 선언을 한 김교흥 전 의원, 일찍부터 인천시장 준비를 해 온 문병호 전 의원, 유필우 도당위원장, 이기문 변호사 등이 뛰고 있다. 이 지역 민주당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이 인천시장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텃밭 호남에서도 대대적인 ‘공천 개혁’ 예고

호남 지역도 관심거리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호남에서부터 과감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개혁 공천’을 의미하는 것인데, 실제 후보 공천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최근 영산강 살리기를 둘러싸고 호남 지역 자치단체장들과 중앙당 사이에 빚어진 불협화음이 공천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광주시장을 향해 뛰는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만 10여 명에 달한다. 현재 박광태 시장이 3선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강운태·이용섭·조영택 의원과 정동채·양형일 전 의원, 전갑길 광산구청장 등이 출마 의사를 굳혔거나 검토 중이다. 여기에 외곽의 친노 인사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는 내무부장관과 관선 광주시장을 지낸 강운태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시장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지사 후보로는 박준영 현 지사와 함께 주승용 의원, 이석형 함평군수 등이 뛰고 있다. 이낙연·김효석 의원 등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북지사 후보로는 현 김완주 지사와 함께 한광옥 전 대표, 정균환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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