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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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 대상 <시사저널> 설문조사 결과, 80%가 “현 지도부의 변화” 주문 / 4대강 사업은 88%가 “반대”…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대해 75%가 “원안대로”

▲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월10일 국회에서 ‘4대강 공사 불법 착공 규탄대회’를 갖고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의 앞날’을 묻는 기자에게 최근 만난 민주당의 핵심 인사는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정가에서는 “제1 야당이 있기는 있는 것이냐”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현 민주당의 한 축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잘나갔던 민주당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수를 차지했음에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개혁 입법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한나라당을 향한 대연정 제안 등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백만표 차이로 완패했고, 바로 넉 달 뒤에 치러진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패배했다.

지난해 5월 촛불 정국이라는 유리한 정세 속에서도 민주당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얼마 전인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3 대 2로 한나라당을 꺾은 것이 최근 몇 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받은 성적 가운데 가장 잘 나온 점수였다. 

그럼에도 ‘민주당 위기론’은 식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제대로 각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오히려 여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이·친박계의 갈등에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끌려가고 있다”라는 볼멘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지경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야 대립’이 아닌 ‘여여 갈등’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더 강하게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정세균 대표 역시 예전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과거 야당의 투사 모습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라는 이른바 신당 창당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같은 뿌리’라 할 수 있는 친노 진영은 이미 ‘국민참여당’이라는 새 집을 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민주당이 공중분해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나온다. 그런 면에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1월26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조사 결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친노 인사들이 국민참여당을 창당할 경우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24.9%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를 옮길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반면에 ‘없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68.8%였다. 이와 관련해 윤희웅 KSOI 조사팀장은 “국민참여당이 창당되어 활동 반경을 넓힐 경우 민주당 지지도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비판에 대체로 공감 

이처럼 민주당 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사저널>은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4대강 사업 등 대외 현안과 민주당 내부 현안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민주당에 속한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87명이다. 이 가운데 정세균 대표를 포함한 5명의 의원이 현재 의원직을 사퇴하고 등원하지 않고 있다. 아직 사퇴 처리는 되지 않았다. 질문의 성격상 이강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미경 사무총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로 대신했다(34쪽 기사 참조).

이 밖에 조사 당시 해외 출장 중이거나 와병 중인 의원 3명 등 총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77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11월24일부터 27일까지 <시사저널> 정치팀 기자들이 직접 의원을 개별 접촉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으며, 일정이 바쁜 몇몇 의원의 경우 사무실을 통해서 답변서를 대신 전달받기도 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한 가지 특징은 현재 민주당에 대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와 비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이다. 전체 77명의 의원 중 62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설문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개인 입장을 대신 전달한 이들은 문희상 국회부의장과 김진애·추미애·홍재형 의원 등 네 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론이 있음에도 의원 개개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아무런 입장 표명도 않은 채 바쁜 일정을 핑계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유보한 의원들이 11명이나 되었다. 대부분이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중진급 의원들이라 아쉬움이 컸다(표 참조).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하나의 질문에 대해 두 가지 이상 답변하는 것을 허용했다. 우선,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민주당 의원의 88%(72명) 정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대한 경우를 보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무리한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 철회해야 한다’(52%, 43명)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수질 악화 등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17%, 14명), ‘정권 연장을 위한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11%, 9명) 순이었다. ‘기타’(7%, 6명) 의견을 개진한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한 초선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법 절차와 예산·환경 영향 평가 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업의 세부 내용을 좀 더 보완해서 천천히 추진하는 것이 옳다’라고 중립적으로 답변한 경우가 12%(10명)였다. 호남과 충청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반대했으며, 중립적인 견해를 밝힌 이 지역 의원들도 2명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현 정부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원안대로 가야 한다’라는 답변이 75%(48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원안+α’로 가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의원이 16%(10명)였다. 특히 이 문항에 답한 충청 지역 의원 5명 가운데 4명은 ‘원안’을, 1명은 ‘원안+α’ 입장을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월22일 전남 광주시 승촌동 영산강 둔치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지자체 관계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이 가장 심각한 문제” 49% 

이 밖에 ‘현 상태로는 수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현 정부의 수정안을 보고서 결정할 것이다’ 등의 답변이 각각 3%(2명)씩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여권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만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72%, 50명)와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23%, 16명)라는 답변이 많았는데, 의원들은 대부분 “김형오 의장이 나서야 하며 여야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제2의 장외투쟁을 벌여야 한다’라는 강경론은 4%(3명)에 불과했다.

더불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미디어법 문제’ 등 3개 현안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4대강 사업’을 선결 과제라고 꼽은 이들이 49%(31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세종시’(19%, 12명)→미디어법(13%, 8명) 순이었다. ‘동등하게 다루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의원도 19%(12명)였다.

다음으로는 민주당 내부 현안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는데, 80%(49명)가 ‘지도부의 변화’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정세균 당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노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라고 강경 입장을 밝힌 의원이 52%(32명)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지금보다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라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의원이 15%(9명)였다. 기타 의견을 개진한 13%(8명)도 “좀 더 분발해야 한다” “대안을 마련해서 대응해야 한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라는 등 현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반면, ‘지금 잘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의원은 20%(12명)였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이광재·장세환·천정배·최문순 의원의 사퇴 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72%(44명)가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다시 등원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참여당 및 진보신당·민주노동당 등 범민주 세력의 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민주당 중심으로 연대해야 한다’(53%, 26명)→‘각 정당과 사안별 동등한 자격으로 연대해야 한다’(22%, 11명) 순으로 답했다. 하지만 ‘굳이 연대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라는 답변도 12%(6명)였으며, ‘국민참여당과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라고 답한 이도 6%(3명)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야권의 리더로 누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는 ‘무응답’이 36%(23명)로 가장 많았다. 거론된 인물들은 손학규 전 대표(23%, 14명), 정세균 대표(16%, 10명), 송영길 의원(3%, 3명) 순이었다. 이밖에 김근태·문희상·이해찬·정동영·추미애·한명숙 등 전·현직 의원들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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