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원하면 ‘혼합형’에서 고르고 세금 걸리면 ‘가치·배당형’이 제격
  • 정은호 | 제로인투자자문 대표 ()
  • 승인 2009.12.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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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에 따라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 사라지고 증권거래세 부활하는 등의 변화에 유의해야

[재테크] 2010년 펀드 투자, 유망 종목은?

2010년 세계 경제는 2009년의 회복 기조를 지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경기 부양책의 축소, 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이 시행되면서 경기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은 고성장하며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과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연체율의 향방 등 경기 후행 지표가 더 악화될 경우 더블딥(경기 침체 이후 일시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되는 이중 침체 현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경고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증시가 출렁거리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2010년의 한국 경제는 상반기 중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데 따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고점에 도달한 뒤, 하반기에 내수 확대 폭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둔화되는 상고하저의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과 만성적인 재정 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의 달러를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투기적 수요인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급속한 확대가 나타날 것이다. 이미 이런 현상은 2009년에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 차이뿐 아니라 향후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될 달러화 가치 하락과 맞물려 그 규모가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투기적 수요는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신흥국 시장으로 유입되어 해당 국가의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한편, 달러 표시 자산인 석유·금 등 실물 자산의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금 값도 그 이면에는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이외에 달러화의 약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2010년에 진행될 달러화 약세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이머징마켓의 투자 증대라는 긍정 효과 이외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라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주식시장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출구 전략을 성급하게 시행하면 더블딥을 초래하고 뒤늦게 시행하면 자산 가격 버블을 만들어 장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늦어도 2분기에 접어들면 출구 전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부터는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25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2009년 말로 펀드와 관련된 각종 세제 혜택이 축소 또는 일몰될 예정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두 가지이다. 국내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 펀드를 통해 해외 상장 주식에 투자한 경우 주식 매매 및 평가 손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해외 펀드 비과세가 종료되는 것과 공모 펀드의 경우 증권거래세 면제가 끝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는 전적으로 외국인이 주도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는 지수 1천3백대 이후부터 매도 공세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국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자의 국내 주식 비중은 하한선까지 내려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자금은 새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외국인도 가세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상승장을 주도할 성장형 펀드가 먼저 상승할 것이다. 국내 펀드 중 지속적으로 성장형 스타일을 유지하는 펀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합형 중에서 시장 대응이 뛰어난 펀드들이 양호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러스톤칭기스칸’ 펀드나 ‘미래에셋디스커버리’ 펀드를 주목할 만하다.

시장 여건도 어려워 기대 수익률 낮추는 것이 바람직

펀드의 증권거래세 부활로 인해 펀드가 부담하는 세금이 마음에 걸린다면 상대적으로 회전율이 낮은 가치·배당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를 고려해보자. 가치형 펀드로는 신영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 ‘신영마라톤’ 펀드가 선호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의 펀드도 좋은 가치주 펀드이나 중·소형주 비중이 높다는 점, 보수 수준이 높은 편이고 환매 수수료 부과 기간이 길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증권거래세가 부활된다고 해도 거래 빈도가 높은 성장형 펀드와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가치형 펀드의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원한다면 복수 매니저에 대해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KTB스타셀렉션’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는 어떨까. 2010년 글로벌 증시는 경기 부양 정책 마무리, 경기 회복 속도 둔화 등으로 인해 2009년에 비해 상승세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에 러시아나 브라질 등에서 얻은 100% 가까운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자원 보유국이나 상품 시장은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도 브릭스 펀드나 금, 원자재 등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기존에 보유한 브릭스 펀드는 2010년에도 보유할 것을 권한다. 원자재 펀드 중에는 지수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천연자원’ 펀드나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가 대표적이다.

2009년 말로 해외 펀드 비과세가 종료됨에 따라 2010년부터는 해외 펀드의 평가 손익에 대해 과세된다. 다만, 해외 펀드 투자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 비과세 기간 중의 평가 손실은 2010년 말까지의 이익과 상계토록 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인지와 원금 회복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을 할 필요성이 있다. 만일 원금이 회복된 고액 자산가인 종합소득세 대상자들이라면 올해 안에 일부 갈아타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인 투자자라면 내년까지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시장 여건상 2009년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과 세제 혜택이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과 수익 창출과 위험 분산이라는 해외 투자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 해외 주식 펀드에 국한하지 말고 역외 펀드 및 국내 거래소 상장 ETF 등을 이용해 유망 국가 및 섹터에 집중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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