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기술’ 터치스크린의 화려한 부활
  • 김규태 |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싸이컴 대 ()
  • 승인 2009.12.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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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된 휴대전화의 37% 점유…10여 년 전에는 소형 기기에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비쳐

▲ 터치 패널을 채용한 휴대전화가 시장을 장악할 태세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프라다, 아이폰 등에서 불기 시작했던 휴대전화 터치스크린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이제 휴대전화 입력 방식의 주류로 등극했다. 실리콘밸리센터는 최근 시장조사 기관 폰아레나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주요 모델 중 37%가량이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제조 업체들은 지난해까지 자사 생산 휴대전화 중에 20%가량에만 터치스크린을 채택했지만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린 셈이다. 특히 고급 기종에 속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3대 중 2대는 터치 패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휴대전화에서도 터치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터치’를 강조했던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시판되었다. 삼성전자도 T옴니아 등의 모델로 맞불을 놓았다. 터치 패널 관련 제품은 스마트폰 계열이 유행하면 할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의 운명은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음을 일깨워

터치 방식은 지난 1971년 군사기술로 처음 개발되었다. 군용 비행기에서 조종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기술은 개발된 지 10년 정도 지난 뒤부터 상용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공 기관의 안내소, 은행 현금인출기 등 대형 화면이 필요한 곳에 쓰였다. 하지만 TV 등에는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전자업계에서는 사라지는 기술로 손꼽혔다.

터치 기술이 부활한 것은 정보기술(IT) 바람이 불었던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제품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리모컨 등을 사용하는 것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노트북 컴퓨터, 유비쿼터스 컴퓨팅 패널 등 소형 기기 쪽으로 확산되다가, 최근 2~3년 사이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를 기점으로 확산 일로를 걷게 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는 소형 기기에 가격이 비싼 터치 패널을 사용하는 것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제는 터치가 아니면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 실패한 기술로 낙인찍혀서 사장될 뻔한 기술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기술사회학에서는 한 기술이 우월하기 때문에 성공하고 그렇지 못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의 위비 바이커 교수는 기술의 운명에 대해 “기술이 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문화적으로 해석되는지, 해당 환경에서 기술의 효율성에 대해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 것인지 등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터치스크린 방식이 휴대전화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것은 그 기술에 가진 공학적인 논리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인 다양한 요소가 가미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재생 에너지, 대규모 건축물 등 어떤 기술을 도입할 때에도 공학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사회의 사회·문화적인 참여가 그 기술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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