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꼼꼼히 ‘관리’는 철저히
  • 이동희 | 경찰대 교수 ()
  • 승인 2009.1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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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차단 위한 ‘시스템’ 전환 시급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은 불법체류자 18만여 명을 포함, 전체 인구의 2.4%(1백16만여 명)에 달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10년 전인 1999년에 4천건 정도였던 외국인 범죄가 지난해에는 3만4천여 건을 넘어섰고, 올해는 사상 최고치인 4만여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사이에 무려 10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이 세 배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 범죄 세력이 점점 조직화되는 것도 문제이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이 늘어나면서 범죄 형태도 집단화·조직화되고 있다. 살인이나 강·절도, 강간 등 강력 범죄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 중 하나인 서울 구로 지역에서는 지난해 전국 최다인 2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전에는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주로 자국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졌지만, 점차 내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내국인들은 극도의 치안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 체계는 미흡한 편이다. 우선 외국인에 대한 기본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들의 신상 정보나 범죄 경력 정보, 개인별 정보 등이 확보되지 않아 범죄가 발생해도 수사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문이나 범죄 경력 정보를 비롯해 주거지, 휴대전화, 친·인척, 지인 관계 등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이런 기초 정보가 없어 수사 기관들의 애를 먹이고 있다. 이런 수사상의 허점 때문에 외국인 범죄자는 범죄 혐의가 있어도 수사망을 빠져나가기가 쉽다.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외국인 범죄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겪고 있다. 임금이 높은 선진 공업국에 주변 후진국들의 인력이 유입되면서 일어나는 국제적인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조직 범죄의 거대 시장인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명계좌 개설이나 지하자금 관리 등이 용이해 국제 조직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범죄의 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어 향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야쿠자, 홍콩의 삼합회, 러시아 마피아 등 주요 국제 범죄 조직은 우리나라에서 세력 확장을 지속적으로 노리고 있다. 최근 마약·총기 등의 밀수출입이나 국제 인신 매매 조직과 연계된 매매춘, 위조 신용카드 유통, 돈세탁, 보이스피싱 등의 국제성 범죄가 심각한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인 범죄 문제를 더 이상 안이하게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지난 10월27일 외국인 조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범정부 차원의 합동수사본부가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외국인 입국자의 지문·홍채 같은 개인 식별 정보를 채취·관리하는 등 사전 검열과 체류 관리를 더욱 강화했고, 연방의 여러 수사·정보 기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범죄자의 범죄 경력 정보나 국제 범죄 조직에 관한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했던 인접국 일본에서도 자국민에게는 받지 않는 지문을 외국인 입국자를 상대로 채취하고 있다.

2005년도에는 항공사로부터 일본에 들어오는 모든 탑승객의 정보를 사전에 넘겨받아 경찰청·법무성·재무성이 관리하는 우범 인물 정보 자료와 대조하는 이른바 ‘사전여객정보시스템’(APIS)을 도입하는 등 입국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 문제가 가장 심각한 도쿄에서는 외국인 범죄·조직 범죄 전담 수사관을 1천명 이상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외국인 범죄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사전 정보 수집을 통한 심사 체계가 철저히 정비되어야 한다. 실제 본국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거나 성범죄, 아동포르노 촬영 전력 등이 있는 외국인이 버젓이 우리나라에 입국해 활동하다 검거된 사례가 적지 않다.

범행 후 도피 중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큰 외국인은 입국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2005년 6월 영국에서 개최된 ‘G8 사법·내무각료회의’에서는 국제성 조직 범죄에 관한 각종 정보와 데이터를 상호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인터폴(ICPO) 등을 통해 정보 교류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좀 더 폭넓은 정보 수집을 위한 국제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단 국내에 입국해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거주·신원 정보의 등록 및 사후 관리를 내실 있게 해야 한다. 범행을 모의하는 자들이 이른바 대포통장, 대포폰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는 안 되며, 각종 거래에서 차명이나 명의 도용을 차단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개인 식별 정보의 수집·관리도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범위에서 도입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당국의 대응에도 일관성이 요구된다. 현실에 맞는 기준을 정립해 합법적인 법 집행이 비판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원칙 없는 단순 온정주의는 불법을 조장하는 꼴이며, 국가 위신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안정적인 치안과 범죄 대응력은 국가 경쟁력의 척도이자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사회 인프라이다. 외국인 범죄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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