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올라탄 지방선거 돔구장이 속 보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12.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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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앞두고 “건설” 공약 쏟아져…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말부터 꺼내놓고 보는 지자체도 많아

▲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광주 무등야구장. 10승을 한 기아 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에서 돔구장 건설 계획이 발표된 후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삽 떠서 공사하고 건물이 올라가더라도, 완공된 뒤 개장식 첫 경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 야구계 인사의 말이다.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경기장 건립 공약에 대한 스포츠계의 불신이 그대로 묻어나는 토로였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박광태 광주시장이다. 그는 지난 10월29일 무등야구장을 대신해 돔구장을 짓겠다며 포스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야구인들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야구장 신축에서 박시장은 ‘양치기 소년’이다. 이번 발표까지 오는 데만 7년이 걸렸다. 박시장이 야구장 신축을 처음 언급한 때는 광주시장에 첫 출마한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자 “국비(國費)가 확보되지 못했다” “시비(市費) 부담이 크다”라며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지난해에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하다가 시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중단시킨 적도 있다.

야구에 대한 광주시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광주일고·진흥고 등 고교 명문이 많다. 프로야구 최다(10회) 우승에 빛나는 기아 타이거즈(옛 해태 타이거즈)라는 최고의 팀을 가졌다. 반면, 무등야구장이라는 최악의 야구장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20일 기아와 SK의 경기 중에는 물방개가 출현하면서 야구팬들은 무등야구장을 ‘물방개 구장’이라고 불렀다. 야구장 신축은 광주시민들의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돔구장이 등장하자 광주는 시끌시끌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논란이 있다. “4천억원짜리 사업이 시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냐”라는 것과 “왜 일반 야구장이 아니라 돔구장이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논란의 끝에는 내년에 열리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일반 야구장을 지을 경우 1천억원만 투자하면 되지만, 돔구장을 지을 경우에는 4천억원 이상이 든다. 그럼에도 박시장은 4천억원짜리를 선택했다. 그는 “일반 야구장을 건설하려면 시비가 많이 들고 매년 운영비로 70억원이 든다. 시 재정 부담 때문에 어렵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일부에선 “시장 말 한마디로 결정되다니” 반발

이번 양해각서에 따르면 4천억원가량의 건설 비용은 민자로 투자하기 때문에 시 재정은 들어가지 않는다. 20년간 기업에서 운영하다가 기부 채납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짜로 돔구장을 얻은 만큼 그에 따른 인센티브(사업 개발권 등)를 포스코건설에 주어야 한다. 김기홍 광주 경실련 정책부장은 “인센티브로 시 공유 재산을 내줘야 하는 상황인데, 이 자체를 시장의 말 한마디로 결정했다. 돔구장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절차상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25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가 마련한 ‘광주시 돔구장 건립 토론회’에 광주시를 비롯한 돔구장 건설 찬성측 인사는 참가를 거부했다.

▲ 포스코건설 사장(가운데)과 돔구장 건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광주시장(오른쪽)·대구 행정부시장(왼쪽). ⓒ연합뉴스

포스코건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는 ‘골프장 인가, 워터파크 운영 그리고 수천 세대 아파트 임대를 통한 수익 사업’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유재신 광주시의원은 “일반적인 개방형 구장의 예산이 1천억원이다. 정부에서 3백억원을 받고 시비로 7백억원 정도를 투입한다면 광주시 예산 내에서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시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시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야구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 전용배 동명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당선에는 영향력이 미미할지라도 낙선에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야구장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들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된다. 반대측 진영에서 이런 문제를 공격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거기에 박시장의 욕심이 가미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광주시의원은 “박시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와 돔구장 건설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려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기홍 경실련 정책부장은 “박시장은 광주시 체육부장 같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돔구장은 박시장의 여러 스포츠 마케팅 사업 중 하나일 뿐이다. 2013년 동아시아 경기 대회, 2013년 야구 월드컵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박시장이 2006년 재선에 성공한 뒤 언급한 스포츠 행사들이다. 막대한 경제 유발 효과 그리고 광주를 세계에 알린다는 명분이 항상 뒤따랐다.

단체장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밑져야 본전’ 꽃놀이패

이는 비단 광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지자체장들도 스포츠 마케팅에서 자유롭지 않다. 돔구장 건설이 공약으로 매번 등장하기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2006년 4월 당시 조해녕 대구시장은 시장실을 방문한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야구장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이는 결국 공수표가 되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범일 현 대구시장 역시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을 새로 짓겠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였던 이강철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도 새로운 야구장을 약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말의 성찬으로만 가득했던 새 대구 구장의 밑그림 역시 지난 10월29일 대구시가 광주시와 함께 포스코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프로야구단이 없는 곳에서도 돔구장 건설 이야기는 나온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대엽 성남시장은 2011년 완공을 약속하며 돔구장을 포함한 1조원짜리 스포츠 테마파크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12월 공식 무산되었다. 재선인 박맹우 울산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야구장 신축과 프로야구단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울산에는 프로축구팀과 프로농구팀만 있다.

구장 건설만큼이나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는 지방선거의 단골 메뉴이다. 박광태 시장은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실패했지만, 사업 계획에도 없던 2015년 대회 유치를 갑자기 들고 나와 재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강원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3수에 도전하고 있다. 전북은 2015년 동계아시안게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가장 많이 구설에 올랐던 곳은 부산이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2006년 재선에 도전하면서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야심차게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과연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도시의 10년 대계를 결정지을 사업에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증거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지난 3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 문제는 신문과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 공식적으로 접한 건 아무것도 없다. 부산시에서 무엇인가를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당시는 부산과 평창 중 올림픽 도전 도시를 결정하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 총회를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이었다. ‘부산 원도심포럼’의 한 관계자는 “하계올림픽 이야기가 지역 사회에서 희미해진 지 좀 되었다. 정계나 상공계에서는 ‘붙어볼 만 하다고 판단했다가 평창이 세게 나오고 안 될 듯하니 손 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사람에게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꽃놀이패’이다. 특히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는 이만한 것이 없다. 일단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관 단체 간담회, 발대식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할 수 있고 앞자리에서 ‘파이팅’을 외칠 수 있다. 지역민들을 규합하는 데도 요긴하다.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데 지역민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국가가 나서는 구조이다. 해외에서는 월드컵만이 국가적인 행사일 뿐, 올림픽을 포함한 모든 국제 스포츠 행사는 해당 도시의 몫이다. 여기에는 재정도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가 관여한다. 전용배 교수는 “몬트리올은 도시 차원에서 1976년 올림픽 부채를 청산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는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각종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고를 지원한다. 인프라 등을 포함해서 도시를 개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해당 도시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써먹을 수 있는 카드이다”라고 말했다. 자치단체 장들이 정치적인 손익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을 때 이미 액정에는 플러스가 떠 있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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