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나약한 ‘자연의 청소부’ 독수리
  • 김연수 / 생태사진가 ()
  • 승인 2009.12.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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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적막을 뚫고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가 철원 평야의 하늘을 선회하고 있다. 몽골 초원을 둘러싼 암벽 지대에서 번식해 11월 한반도를 찾는 독수리들은 경기 파주, 강원 철원·춘천·양구·고성, 경북 고령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멀리 제주도까지 이동한다.

하늘의 왕자로 불리는 독수리는 실제로는 오리 하나 사냥하지 못하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자연의 청소부이다. 몸길이가 100~1백12cm, 날개 길이가 2백50~2백95cm로 우리나라를 찾는 새 중에서 가장 대형이다. 하지만 동작이 둔해 까치나 까마귀의 텃세에 눌려 이리저리 쫓겨 다닌다. 독수리의 독자는 대머리 독(禿)자로 머리의 일부가 대머리인 새라는 뜻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콘돌처럼 죽은 동물의 뼈 속까지 머리를 처박아 골수나 살을 뜯다 보니, 목의 깃털이 없는 민짜로 진화된 것 같다.

망원 렌즈처럼 멀리서 작은 물체도 포착할 수 있는 특수한 눈 구조를 가졌다.

독수리의 번식은 먹이와 비례한다. 어미 독수리 한 쌍이 1년에 번식하는 독수리는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독수리는 전세계적으로 3천 여 마리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어,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독수리를 멸종위기 적색 목록에 등재해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들은 대부분 1~3년생의 어린 새로 먹이 경쟁에서 밀려 굶어죽기도 하고, 독극물로 죽은 기러기나 오리를 먹고 2차로 희생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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