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단일 후보’ 뜨면 야권에도 희망 있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12.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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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대결로 본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의 경쟁력 / 오세훈 시장 빠지면 누구에게도 이겨

▲ 지난 10월23일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강연하는 유시민 전 장관. ⓒ연합뉴스

야권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유 전 장관은 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 현 시장과 맞붙는다면 6.5%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장관과 오시장의 양자 가상 대결을 붙여본 것은 <시사저널>이 처음이다. 

유 전 장관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드러내지 않았다. 정가에서는 그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대구시장 등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가 속한 국민참여당 집행위원회는 그와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토론을 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그의 경쟁력이 다시 확인됨으로써 ‘유시민 서울시장 출마설’은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민주당의 한명숙 전 총리가 ‘곽영욱 비자금 사건’에 발목이 잡힌 것도 유 전 장관에게 무게추가 실리는 한 이유이다.

하지만 변수들도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유시민 안티 그룹’이 있다. 50~60대, 가정주부, 영남권과 충청권 출신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과 정치권 일각에서 갖고 있는 ‘유시민 알레르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가 단일 후보가 되기는 어렵다. 단, 조사 결과를 보았을 때 유 전 장관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서울 시민들이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그를 가장 많이 지지했다는 점이다. 자유선진당 지지자들로부터도 33%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진보신당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룬다면 ‘야권 단일 후보’가 허황된 꿈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은 오시장이 아닌 다른 여권 후보들과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에는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의 일대일 대결에서는 50.2% 대 30.2%로 20% 포인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는 51.6% 대 31.4%로 20.2% 포인트 각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오세훈-나경원-원희룡 순으로 경쟁력 보여

양자 대결이 아닌 4자 대결을 벌일 경우 유 전 장관은 2위에 그쳤다. ‘오시장(41.9%)-유 전 장관(26.0%)-김한길 전 민주당 의원(9.9%)-노회찬 진보신당 대표(9.8%)’ 순 또는, ‘오시장(38.5%)-유 전 장관(22.8%)-한명숙 전 총리(19.2%)-노회찬 대표(9.4%)’ 순이었다.

그러나 오시장이 빠진 채 다른 후보들과 맞붙을 경우에는 어떤 경우의 수에도 1위에 올랐다. △ ‘유 전 장관(32.9%)-원희룡 의원(19.7%)-김한길 전 의원(15.2%)-노회찬 대표(13.1%)’ △ ‘유 전 장관(28.3%)-원의원(24.6%)-한 전 총리(22.8%)-노회찬 대표(11.0%)’ △ ‘유 전 장관(35.1%)-나경원 의원(25.7%)-김한길 전 의원(13.6%)-노회찬 대표(11.6%)’ △ ‘유 전 장관(29.6%)-나의원(26.7%)-한 전 총리(22.6%), 노회찬 대표(9.2%)’로 나타났다. 지금 상태라면 유 전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은 오시장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서는 자천타천으로 시장 후보군에 들어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가상 대결을 붙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상당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유 전 장관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시장 외에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원희룡 의원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야권 후보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으나 오시장을 제외한다면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떠오르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원의원보다는 나의원이 반 발짝쯤 앞서 있다. 나의원은 나경원-김한길-유시민-노회찬 4자 대결 구도와 나경원-유시민 양자 대결 구도에서 원의원이 나섰을 때보다 1~6% 정도 지지도가 높았다. 민주당 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가 나섰을 때의 4자 대결 구도에서도 양상이 비슷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오시장이 현재 추세를 굳혀 후보로 나서느냐, 아니면 나경원·원희룡 의원이 추격에 성공하느냐가 신년 정국의 관전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뜻밖의 인물이 남은 기간 동안 급부상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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