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장의 라이벌전도 불꽃 튄다
  • 허재원 | 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10.01.05 17: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11월6일 부산 KT 전창진 감독이 원주 동부를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T와 SK의 특별한 관계와 함께 두 팀을 이끄는 사령탑의 남다른 인연 역시 관심의 초점이다. 올 시즌 KT로 자리를 옮겨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창진 KT 감독과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김진 전 감독의 뒤를 이어 SK 재건의 조타수가 된 신선우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지장으로 꼽힌다. 두 명감독은 통신사 라이벌이라는 관계까지 맞물려 매 경기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두 감독은 2003~04시즌과 2004~0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연거푸 만나 격전을 치른 인연을 갖고 있다. 당시 신감독은 KCC, 전감독은 TG삼보의 사령탑을 맡고 있었다. 용산고 선후배인 두 사람의 두 시즌 연속 격돌은 최고 라이벌전이었다. 2002~03시즌 초보 감독으로 신인 김주성을 앞세워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던 전감독은 2003~04시즌 정규 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신감독이 이끈 KCC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전감독은 신감독이 정규 리그 막판 단행한 외국인 선수 RF 바셋의 트레이드가 편법이라며 비난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기도 했다. 결국, 전감독은 이듬해인 2004~0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재격돌해 4승2패로 설욕에 성공했다. 2004~05시즌 뒤 두 감독이 나란히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도 묘하다. 평생 KCC맨으로 남을 것으로 보였던 신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코치·감독까지 지낸 정든 KCC(현대)를 떠나 LG로 이적했다. 전감독 역시 TG삼보가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동부로 새 옷을 바꿔 입어야 했다. 우승 청부사로 LG에 갔던 신감독은 3년 임기 동안 정상 정복에 실패한 뒤 야인으로 물러났다. 반면, 전감독은 2007~08시즌 동부에서 한 차례 더 우승의 영광을 누린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 10년 동안 정든 원주를 떠나 부산 KT로 옮겼다.

두 감독은 나란히 최다인 3회 우승의 기록을 지니고 있다. 올 시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두 감독은 다시 격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처지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엇갈려 있다. 전감독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KT를 리그 선두로 이끌면서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있고, 신감독은 최하위 SK의 새 수장으로 왔다. 둘의 진정한 맞대결은 SK가 조직을 재정비한 뒤인 다음 시즌에야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대형 통신사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통신 대전’을 지휘하는 두 명장의 맞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