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위험한’ 아파트 판촉전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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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동산 매매할 때 쓰는 ‘조직 분양’ 방식 도입…상담원 수백 명 고용한 분양 대행업체까지 가세

▲ 한 아파트 분양 사무실 모델하우스에서 텔레마케터들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분양 홍보 전화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신통치 않자 건설업체들의 영업전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수백 명의 상담원을 동원해 ‘광고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이고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팸 문자를 대량으로 살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오는 2월11일을 기점으로 양도세 감면 등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혜택이 끝나기 때문이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에는 ‘분양 대행업체’까지 가세했다. 한 건의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수수료가 1천만~3천만원에 달한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순조롭게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지던 때와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수수료가 급등하자 분양 대행업체들은 ‘조직 분양’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조직 분양’은 기획부동산을 매매할 때 주로 사용하던 방식으로,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3백명에 달하는 영업사원을 고용해 전화 판촉이나 대량의 스팸 문자 등을 발송하면서 분양하는 방법이다.

조직 분양은 지난해 1월 분양 대행업체인 ‘성장과 미래’가 경기도 김포 걸포동 ‘오스타 파라곤’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면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성장과 미래’ 김흥복 부사장은 “경기 불황으로 침체기에 빠진 아파트 분양 시장에 순식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조직 분양을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오스타 파라곤의 분양은 50% 정도에 그쳤으나 조직 분양을 통해 3개월 만에 미분양 아파트를 모두 팔아치웠다. 그러자 너도나도 조직 분양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탓에 98%는 허탕이지만 나머지 2%에서 계약이 곧잘 성사되었다. 분양 대행업체 직원인 강 아무개씨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마감이 임박하다’ ‘지금 계약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며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허위 정보로 고객에 접근하는 경우 많아

조직 분양에 동원된 영업사원들은 보통 2~3개의 분양 대행을 번갈아가며 맡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ㄱ 미분양 아파트 계약에 실패한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ㄴ 미분양 아파트 계약에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분양 대행업체가 다른 영업사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분양 대행업체에 유출된 사람들은 한동안 이런저런 분양 상담 전화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부작용들이 있기에 대형 건설사는 조직 분양을 하면서 외부에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걱정해서다. 지금처럼 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아파트를 계약하기 전에 위치·교통·환경·교육·비전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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