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방패막이’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1.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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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1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권의 사외이사들을 초청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선제적 조치 방안과 주요 개혁 입법의 추진 배경 및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금감원 조사를 계기로 사외이사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경영진의 독주를 막기 위해 마련되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이같은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오너의 방패막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분석(2009년)> 보고서를 보면 확연해진다. 오너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26.19%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LS·한화·하이트맥주 그룹 등의 경우 오너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외이사가 대부분이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사외이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최근 현직 사외이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도 비슷했다. 전체 응답자 1백24명 중 48%가 ‘대주주의 영향력으로 인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제한되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사외이사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개선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상당수가 ‘미약하다’라고 답했다. 정순현 상장사협의회 조사2팀 조사지원파트장은 “현직 사외이사들조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한 점은 의미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국민은행 사외이사 역시 회장뿐 아니라 본인들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강정원 행장의 경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진욱 변호사는 다른 의견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례적으로 사외이사의 권한이 강력하다.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사실상 ‘꿀 먹은 벙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안건에 대해서도 100% 찬성하거나 내부 비리를 적발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개별 사외이사들의 의지만으로는 독립성 확보가 쉽지 않다. 사외이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방법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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