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온미디어 인수, ‘종편’ 선수 치기
  • 강희종 | 디지털타임스 정보미디어부 기자 ()
  • 승인 2010.01.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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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장악으로 방송 시장 선점하려는 전략인 듯…미디어계 상황 변해도 계속 ‘큰손’ 위력 발휘할 가능성

▲ CJ는 온미디어의 인수로 Mnet, tvN, CGV, 투니버스(왼쪽부터) 등 20개의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는 케이블TV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CJ 계열의 홈쇼핑 사업자인 CJ오쇼핑이 지난해 12월24일 케이블TV 방송 시장에서 최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온미디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했다는 것은 국내 케이블TV 시장의 1위와 2위 사업자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CJ미디어의 1대 주주는 ㈜CJ로 CJ미디어와 CJ오쇼핑은 관계 회사이다. 이번 인수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정부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어서 ‘큰손’인 CJ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오리온 계열의 온미디어는 ‘OCN’ ‘캐치온’ 등 10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9개 채널(엠넷 포함 10개)을 운영하는 CJ미디어는 최근 종합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을 통해 <남녀탐구생활> <수퍼스타K> 등 지상파에 버금가는 인기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전 채널의 시청률을 합산할 경우 CJ미디어가 온미디어보다 높지만, 온미디어는 장르별 1위 채널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는 ‘서로가 1위’라고 싸우던 케이블TV 시장의 최대 라이벌이었다. 이런 온미디어를 CJ가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4천3백45억원으로 알려졌다.

사실 오리온은 예전부터 온미디어 매각을 시도했었다. 2~3년 전부터 심심찮게 온미디어 매각설이 증권가와 미디어업계에 떠돌았다. 온미디어는 CJ 이전에 KT나 SK텔레콤 등 통신 사업자들도 접촉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KT가 온미디어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구체적인 금액과 함께 나돌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KT나 SK텔레콤이 IPTV 등 미디어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때이다. 하지만 잇따라 콘텐츠 사업에서 쓴맛을 본 통신 사업자들은 온미디어 인수를 주저했다. 온미디어가 최대 PP이기는 하지만 플랫폼 사업인 IPTV와 접목할 경우 투자 대비 효과는 미지수였던 것이다. 또, 양사가 생각하는 적정 인수 가격의 차이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사업자와의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온미디어는 2009년 초부터 CJ와 본격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직·간접적으로 온미디어 인수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왔다. 지난 7월 이해선 CJ오쇼핑 사장은 “온미디어 인수가 CJ오쇼핑에 시너지 효과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확고함을 의미했다.

오리온이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던 방송에서 철수한 것은 그만큼 향후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케이블 PP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미디어 역시 연간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는 곧바로 광고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전체 매출의 80%를 광고에 의존하는 PP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년 3백억~4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던 온미디어도 지난해에는 83억원의 순이익만을 기록했다.

1위 사업자도 힘들다고 발을 빼는 상황에서 CJ가 오히려 방송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이 CJ미디어와 온미디어는 그동안 최대 라이벌이었던 만큼 보유하고 있는 PP들 중 중복되는 장르도 많다. 영화 장르에서는 ‘채널CGV’와 ‘OCN’이, 만화에서는 ‘챔프’와 ‘투니버스’가, 여성 장르에서는 ‘올리브’와 ‘스토리온’ 등이 서로 겹친다.

CJ의 온미디어 인수는 근본적으로는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CJ그룹 오너 일가의 남다른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CJ는 극장 체인인 CGV를 비롯해 CJ엔터테인먼트, CJ인터넷, CJ미디어, CJ헬로비전 등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 이 부문은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 대한 CJ그룹의 애착은 해마다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CJ미디어가 꾸준히 자체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1% 이상 시청률을 보이는 프로그램이 크게 증가하는 등 그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듯했던 자체 제작에 대한 투자는 올해부터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온미디어 인수는 미디어 사업에 대한 CJ의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종편’ 시장 상황 지켜보며 M&A 나설 것이라는 분석에 힘 실려

CJ는 이번에 온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케이블 최강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미디어 시장에서 CJ그룹의 영향력은 더욱 확고해졌다. 당장 CJ미디어는 최대 경쟁자를 품안에 끌어들임으로써 해외 저작물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판권료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 SO나 위성, IPTV 등 플랫폼에 비해 열세였던 콘텐츠 기업들의 위상도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CJ가 4천억원대의 비용을 들여 온미디어를 인수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현재 방송법상 각종 규제는 ‘케이블 공룡’이 더 이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막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한 개 PP는 전체 PP 매출의 33%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케이블방송국은 전체 운영 채널 수의 20%를 특수 관계자에게 몰아주어서도 안 된다.

CJ가 온미디어를 인수한 숨은 의도에 대해서는 올해 도입되는 종편 채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자본력과 콘텐츠를 모두 갖추고 있는 CJ는 오래전부터 종편 진출 후보 1위 기업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CJ는 종편 진출과 관련해 “전혀 의사가 없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실제 미디어 전문가들 역시 정치적 부담감과 실효성 등을 따졌을 때 CJ가 종편에 직접 진출하거나 종편을 추진하는 언론사와 제휴할 가능성을 극히 작게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권호영 연구원은 “CJ는 종편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자임에는 분명하지만, 언론사와 대결하는 구도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경영진 입장에서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종편의 2대 주주 참여도 원치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CJ미디어 변동식 사장 역시 “콘텐츠 구성 측면에서 이미 종편 채널이나 마찬가지인데, 다시 종편을 시도할 이유가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디어 사업 확대를 꿈꾸는 CJ그룹 입장에서 종편 채널의 등장은 최대 변수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CJ가 서둘러 온미디어를 인수한 것은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등에 업은 종편 채널이 등장하기 이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종편 채널의 시장 안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CJ가 초기에 무리하게 종편에 진출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추가로 M&A(합병·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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